하지만 민주당 ‘압승’이라는 성적표 뒤편에는 무시할 수 없는 경고음도 울렸다. 전국적인 승리 속에서도 지방선거의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시장 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격전지인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구갑에서 패배했는데, 심각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민주당 안팎에서 나온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이번 선거 결과가 향후 8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연임을 노리는 ‘정청래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6·3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께 깊이 감사드린다. 다만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며 "이번 선거 과정에서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 따끔한 경고와 질책까지 전부 다 겸손하고 겸허하게 받들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결과를 '승리'만으로 평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방권력 대다수를 되찾아오며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정 대표의 최대 리스크로 꼽혔던 전북지사 선거에서 이원택 민주당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김관영 무소속 후보를 꺾으면서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정 대표의 연임 도전의 최대 악재가 사라졌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와 핵심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패배는 정 대표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구갑에서의 패배는 정 대표 연임을 견제하는 당내 세력들에게 공격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4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민주당 입장에서 지면 안 되는 선거에서 민주당이 다 졌다"며 "정청래 대표 책임론이 안 나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인천 연수갑에서 당선돼 국회로 복귀하게 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정 대표 공격의 선봉에 섰다. 송 전 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뉴스쇼에서 "서울도 마찬가지고, 대구도 저렇게 되고, 특히 관심을 가졌던 부산 북구갑, (경기) 평택을 이런 데가 다 져 버려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송 전 대표는 차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지도부로서 반성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송 전 대표의 '정 대표 책임론'에 선뜻 동의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송 전 대표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당과 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점도 작용하는 듯하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송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이번 선거에서 당에 일치된 캠페인을 때론 방해했던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게 선거를 또 어렵게 한 측면도 있었다"며 "그런 발언을 했던 분들이 '내가 당의 승리를 위해 기여한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 판단해 보시고 때로는 자숙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지방선거 승리라는 결과가 정 대표의 연임 가도에 긍정적 신호를 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핵심 격전지 패배를 두고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는 '평가 투쟁'은 정 대표의 당권 도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특히 경기 평택을 선거에서 드러난 '범여권 분열'은 진보진영 연대와 관련된 노선 투쟁으로 번질 수 있다. 분열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는지, 조국혁신당에 있는지, 사실상 논쟁은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찜찜한' 승리를 거둘 수밖에 없는 이유로 민주진보진영의 결집 부족을 꼽는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란 때부터 발생한 범여권 진영의 갈등이 지지층의 최대 결집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저쪽(국민의힘)은 다 결집할 때 왜 여기(민주진보진영)는 왜 다 모이지 못했나? 출발점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문제다. 그때 합당했어야 했다"며 "합당했으면 평택을 갈등도 안 생겼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풀파워로 선거를 치르지 못했다"고 바라봤다.
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른 당과의 연대 방법에 대해서도 앞으로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깊이 고민하고 연구하겠다"고 말해 다른 민주진보진영 정당들과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반대로 당 내부의 다른 일각에서는 조국혁신당의 '독자 출마'를 비판하며 진보 분열의 책임을 조국 대표 쪽으로 돌리려 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김종욱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채널A뉴스에서 "축구경기를 이겼어도 경기내용이 안 좋았다는 얘기가 나오게 되면 근본적 원인을 감독의 전술에서 찾게 된다"며 "8월 전당대회가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당원들이 지방선거를 어떻게 평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재추진이나 당원주권 강화, 검찰개혁 등의 이슈에 어떤 입장인지에 따라 당원들 지지가 나뉠 수 있기 때문에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가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