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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총사업비 7조8천억 원 규모의 ‘한국형구축함(KDDX) 사업’에서 치열한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이번 프로젝트가 향후 해상 방위 시장의 패권을 좌우할 분수령으로 평가받는 만큼 두 그룹의 오너경영인으로서 정 회장과 김 부회장 모두 배수의 진을 치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대표 오너3세 HD현대 회장 정기선-한화 부회장 김동관 맞대결, ‘보안감점 촉각’ 한국형 구축함 수주로 함정 주도권 잡기 총력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왼쪽)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HD현대,한화

5월29일 방위사업청이 오전 10시 입찰서 제출을 마감한 한국형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결국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KDDX 사업은 그동안 축적한 함정 건조기술을 집약하고 함정의 두뇌인 전투체계와 대부분의 탑재 무기 체계를 국산화한 6천 톤급 ‘한국형 이지스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프로젝트다. 사업기간은 2036년까지로 총사업비는 7조8천억 원에 이른다.

방위사업청은 KDDX가 해군 기동함대의 주력으로서 고도화하는 북핵·미사일·수중위협에 관한 억제 및 대응능력을 갖춘 해상기반 핵심 전력으로 평가하고 대한민국 주권과 해양 권익을 보호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5월14일 마감한 1차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이 불참해 한화오션의 단독 입찰로 유찰됐었는데 이번 재입찰에는 HD현대중공업이 참여를 선언하며 경쟁입찰이 성립했다.

소수점 차이로 승패가 결정되는 방산 입찰 특성상 결과에는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1.2점이 적용될지 여부가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은 2013년 한화오션 KDDX 개념설계도 등 기밀자료를 무단촬영했다는 사실이 적발돼 이후 2022년과 2023년 각각 8명, 1명에 관해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2022년 11월부터 HD현대중공업은 3년 동안 보안감점 1.8점을 받았다.

다만 방위사업청이 2023년 1명의 유죄를 별개의 사건으로 보고 2023년 1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HD현대중공업에 보안감점 1.2점을 적용한 것이다. 이 점수가 이번 입찰에 적용되는데 HD현대중공업은 이를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KDDX 사업 1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도 이 보안감점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5월27일 KDDX 사업 재입찰을 공식화하며 ‘보안감점 연장적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동시에 제기했다. HD현대중공업은 알림자료를 통해 “KDDX 사업의 공정한 진행을 위해 27일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면서도 해군의 전력강화와 국가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수주전과 동시에 진행되는 가처분 신청 결과가 입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KDDX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서로 진행되는데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한화오션은 개념설계를 각각 수행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직전 단계(기본설계)를 수행했다는 연속성을, 한화오션은 신뢰성을 강점으로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사업 규모가 워낙 큰 데다 기밀유출을 두고 두 회사가 신경전을 벌이는 만큼 KDDX 입찰 경쟁은 오너3세 경영인인 정기선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의 자존심 대결로도 해석되는 분위기다.

HD현대그룹의 정 회장과 한화그룹의 김 부회장은 국내 방산업계 성장을 위해 총사업비 6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에서는 힘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KDDX 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를 수 밖에 없는 이유로는 단순 사업 규모를 넘어 향후 함정 분야의 주도권이 이번 수주전에 달려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KDDX는 선체 구조는 물론 미사일 수직발사대, 다기능레이더(MFR) 등 핵심 전투체계와 무기 시스템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해 탑재하는 최초의 ‘스마트 국산 구축함’으로 건조된다. 

KDDX에는 레이더와 안테나를 일체화한 통합 마스트(MAST), 통합전기추진체계도 처음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이 사업을 수주하면 향후 해군의 핵심 미래전력 구축 역량을 선점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이번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에 이어 후속함 건조 사업에서도 매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또 국가 방산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강점으로 미국에서 가파른 성장이 예고된 운용·유지보수 시장 진출을 위한 경쟁력도 확보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정 회장과 김 부회장에게는 단순히 총사업비 7조 원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사업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정 회장과 김 부회장은 모두 HD현대그룹과 한화그룹의 방산 역량을 강화하는 데 큰 공을 들이고 있다.

HD현대그룹은 2025년 12월 조선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를 합병하면서 특히 방산 분야에서 사업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함정 건조기술 노하우에 함정 건조에 적합한 HD현대미포의 도크와 설비, 인적 역량을 결합해 2045년까지 방산 부문 매출을 2025년과 비교해 10배 늘어난 10조 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정 회장은 2025년 11월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이지스구축함 등을 건조하는 HD현대중공업 함정·중형선사업부를 방문했을 때 직접 안내에 나서 “한국과 미국의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함정 사업 강화의 의지를 내보였다.

한화그룹은 2022년 1조 원대 영업손실을 보고 있던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2023년 인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 승부수는 기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에 한화오션의 방산 역량을 더하며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에 정점을 찍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 부회장은 2025년 10월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 3곳이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에 참가했을 당시 “대한민국을 둘러싼 안보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최첨단 AI 기술로 자주국방에 기여하고 협력사들과 경쟁력 있는 국내 생태계를 조성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KDDX 사업은 6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세부 협상 등을 거쳐 7~8월 최종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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