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배달의민족(배민) 인수 검토설이 흘러나오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지각변동 가능성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는 관련 보도를 두고 공시를 통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으나,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그간 추진해 온 멤버십 생태계 및 물류 전략과 맞물려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 분위기다.
네이버의 배달의민족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지각변동 가능성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28일 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배민을 보유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최근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국내외 주요 기업 등에 인수 제안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의 전체 몸값은 약 8조 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거론되는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는 네이버가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는 방식이다. 우버가 대주주로 올라서고 네이버는 19.9%가량의 지분을 확보하는 형태다.
네이버는 지난 19일 공시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히며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네이버의 공식적 선긋기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이번 인수설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네이버의 핵심 무기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슈퍼앱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네이버는 그동안 마켓컬리, 콘텐츠 기업들과의 광범위한 제휴를 통해 멤버십 생태계를 꾸준히 확장해 왔다. 만약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배민과의 결합이 가시화된다면, 기존 '이커머스·콘텐츠' 중심의 사업 모델에 '배달 및 퀵커머스'라는 새로운 축이 추가될 수 있다.
이는 강력한 경쟁사인 쿠팡이 와우 멤버십을 통해 로켓배송, 쿠팡이츠(배달), 쿠팡플레이(OTT)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 시장을 선점해 나간 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로 분류된다.
배민이 보유한 독자적인 '물류 인프라' 역시 네이버의 커머스 강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현재 직접 물류센터를 짓기보다 CJ대한통운 등 기존 물류 체계와 연합 체제를 구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방식은 비용 효율성이 높지만, 자체 물류망을 쥐고 있는 쿠팡에 비해 라스트마일(최종 소비자 전달 구간)의 세밀한 통제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반면 배민은 도심형 물류센터 기반의 'B마트'와 자체 즉시 배송망을 이미 구축해 둔 상태다.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이 같은 인프라를 간접적으로라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음식 배달을 넘어 이커머스 영역에서도 초고속 배송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이번 인수 검토설을 둘러싼 우려와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네이버가 향후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기까지 넘어야 할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큰 쟁점은 경영권 부재에 따른 실질적 시너지의 한계다. 거론되는 시나리오대로 우버가 주도권을 쥐고 네이버가 19.9%의 지분을 가진 2대 주주에 머무를 경우, 배민의 인프라나 데이터를 네이버 커머스에 주도적으로 이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
2017년에도 네이버는 우아한형제들 지분 5.03%를 확보했다가 결국 경영권을 쥐지 못한 채 DH에 지분을 매각하며 단순 차익 실현에 그쳤던 전례가 있다.
배민 플랫폼 자체의 성장성 정체 우려도 네이버에는 적잖은 부담이다. 최근 국내 배달 앱 시장의 경쟁이 극에 달한 데다 관련 마케팅 및 운영비용이 치솟으면서, 배민의 수익성 지표는 지속적으로 위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매출은 2023년 3조4155억 원에서 2024년 4조3226억 원, 2025년 5조2830억 원으로 매년 외형 성장을 이뤘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998억 원에서 6408억 원, 5929억 원으로 매년 8%가량 축소됐다.
이처럼 수익성이 둔화된 플랫폼에 시장 추산 2조 원 안팎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네이버로서도 상당한 재무적 리스크를 수반한다. 특히 이번 지분 인수 추정액은 과거 네이버가 추진한 어떤 인수 대금보다 큰 역대 최대 규모다.
2026년 1분기 기준 네이버는 6조3763억 원의 현금성 자산과 1조9807억 원의 단기금융상품 등 8조 원이 넘는 자금 동원력을 보유하고 있다. 실탄은 충분하지만, 이번 투자가 사업 전략을 선회할 정도의 큰 변화를 수반하는 만큼 네이버 내부에서도 투자 타당성을 신중히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금은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DH로부터 티저레터(투자안내서)를 받아 검토하는 단계이고 네이버뿐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티저레터를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