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2026년 들어 3개월 만에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배터리 수주를 재개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1분기에 2천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이라는 다소 아쉬운 실적을 거뒀는데 다시 시작된 북미 ESS배터리 수주를 기반으로 실적 반등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LG에너지솔루션
5월28일 LG에너지솔루션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DTE에너지와 맺은 계약을 통해 ESS배터리 일감 확보에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5월27일(현지시각) 미국 DTE에너지와 6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계약규모는 모두 16억 달러(약 2조4천억 원), 공급기간은 2년으로 예정됐다.
DTE에너지는 이번 공급계약을 통해 미국 미시간주에 신설되는 글로벌 빅테크 오라클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등 모두 8개의 핵심 전력망 구축사업을 진행한다. 오라클이 챗GPT를 제작한 오픈AI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ESS배터리가 오픈AI의 가치사슬(밸류체인)에 포함될 것으로 점쳐진다.
DTE에너지가 미국 미시간주 최대 종합 에너지기업인 데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관계를 의미 있게 짚고 있는 만큼 이번 계약을 바탕으로 추가 수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DTE에너지는 앞으로도 미시간주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5월27일(현지시각) DTE에너지측 보도자료에서 DTE에너지는 “책임감 있는 데이터센터 개발에 전념해 미시간주 내 배터리 에너지 저장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이번 계약을 통해 모두 23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며 청정에너지 목표 달성에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랜만에 대규모 ESS배터리 수주 성과를 냈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2026년 진행될 신규수주가 중요하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인 2026년 5월4일 분석보고서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초 ESS배터리 신규수주 소식이 부재했다”며 “앞으로 수주가 구체화하면 북미 ESS 성장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들어 2월4일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미국법인과 5GWh 규모의 ESS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은 1건의 수주를 달성했다.
김동명 사장에게는 ESS배터리가 전기자동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정체된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을 도모할 핵심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쌓아온 140GWh 규모의 누적 ESS배터리 수주를 실적으로 바꾸고 추가 일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앞서 2026년 1분기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2078억 원을 냈다. 기존 시장기대치였던 영업손실 1300억 원보다 50%가량 높은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주요 고객사의 전기차배터리 물량 감소와 북미 ESS배터리 생산기지 확대에 따른 초기 안정화 비용이 발생하면서 2025년 연간 영업이익 1조3천억 원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것이다. 분기별로 보면 2025년 4분기 영업손실(1220억 원)로 적자전환한 뒤 2개 분기 연속 부진한 것이다.
김 사장은 북미 시장의 ESS 시장 성장에 따른 배터리 수요 증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생산설비 구축에 나서왔다.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빠른 투자였던 만큼 북미 시장 주도권 확보와 실적 반등에 중요한 밑바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6월 국내 기업 가운데 북미 최초로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배터리 양산을 시작해 테라젠, 델타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을 확정했다. 이외에도 북미 ESS배터리 생산거점을 모두 5곳까지 늘려 올해 연간 생산능력 50GWh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김 사장은 ESS배터리 투자를 멈추지 않는 동시에 자산 효율화로 설비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LG에너지솔루션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1월부터 3월까지 ‘생산시설 신규·확장 투자 등’에 모두 1조6483억 원을 사용했다. 2025년 1분기 3조410억 원과 비교하면 적지 않게 감소한 것이지만 현재 배터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김 사장의 사업 확장 의지를 나타내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26년 1분기 투자에 따른 효과를 ‘생산능력 증가’라고 설명한 만큼 ESS배터리 설비 증설에 대부분이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5월26일에는 일본 완성차기업 혼다와 합작법인(JV)인 L-H배터리컴퍼니에서 토지, 장비를 제외한 건물 및 건물 관련 자산 일체를 혼다에 처분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3조7416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처분 자산을 임차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지속하면서 3조7천억 원가량의 자금을 활용해 합작법인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 혼다와 합작법인에서도 기존 전기차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배터리 생산설비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만큼 ESS배터리 확대에 추가 동력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DTE에너지와 계약 이후 신규 물량이 LG에너지솔루션 실적 기대치를 높여잡을 근거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28일 LG에너지솔루션 분석리포트에서 “이번 계약은 리튬인산철(LFP) 파우치형 배터리 기반이고 여유 공급분까지 고려하면 실제 공급은 7.2GWh로 추정된다”며 “이번 수주 일부는 2025년 말 기준 수주잔고에 포함돼 있어 실적 상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고 앞으로 신규수주부터 실적 전망치를 높이는 데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 ESS 전담법인 버테크의 박재홍 법인장은 이번 수주와 관련해 “핵심 미국 생산거점인 미시간에서 DTE에너지와 협력해 현지 생산 ESS배터리를 공급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현지화 전략을 통한 북미 ESS배터리 사업 확대로 미국 전력망 안정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시장 성장 가속화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