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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권력자인가? 권력의 심리학
ⓒGettyimage/이매진스

당신은 권력자인가?

이 질문에 어떤 답을 하든 당신은 이미 권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당신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거의 확신하는데, 이는 권력의 정의에 근거한 추론이다.

그렇다면, 권력이란 무엇인가?

권력은 심리학에서 자원통제의 개념으로 정의된다. 즉 권력은 타인의 자원이나 상태, 지위 등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권력의 정의를 잘 살펴보면, 권력은 반드시 2명 이상의 사람이 존재해야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인간사회에 속해 사는 사람이라면(심지어 온라인 사회에서만 활동하는 사람일지라도) 누구나 권력구조에 놓이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혹시 지금 부모로서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자 중 한 명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자원을 당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가. 혹시 연애 중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적어도 한 명에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은 권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다른 사람과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다면 완벽하게 권력이 없는 사람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권력의 두 번째 속성은 상대성이다. 이것은 당신이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 고권력자이기도 하며 동시에 저권력자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이 과장급 직장인이라면, 상무님과의 관계에서는 저권력자이지만, 대리급 사원에게는 상당한 고권력자이다. 또한 당신이 30대 재벌 2세라고 할지라도(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회사에서와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는 고권력자겠지만 아버지 앞에서는 완벽한 저권력자이다. 이러한 권력의 상대성은 매우 복잡한 문제를 일으킨다. 간혹 사회생활에서는 얌전한 샌님같은 사람이 가정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 가장 일반적인 설명은 과도하게 억압된 공격성이나 스트레스를 집에서 해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해석은 일면 타당하다. 다만, 권력 연구자의 관점에서는 만성적 저권력감 경험과 고권력감 경험이 공존할 경우, 권력이 인간에게 미치는 효과들이 다양하게 상호작용하여 발생한 것은 아닐까라는 새로운 각도로 인간의 이중성 원인을 추정해볼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권력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는 아직 여기까지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권력에 대한 연구는 단순히 사람이 높은 권력을 지니게 되었을 때, 혹은 낮은 권력을 지니게 되었을 때 사람들에게 어떤 심리적 변화가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관여되는 요소들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약간의 통찰을 얻었을 뿐이다.

권력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있다. 그 중 권력의 영향에 대해 가장 일반적인 모델 중 하나는 권력의 접근(Approach)-회피(Avoidance)이론이다. 사람들은 모두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자극에는 접근하려고 하고, 반대로 고통을 주는 자극은 피하려고 하며, 그 정도는 개인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런데, 권력의 접근-회피 이론에 의하면, 이러한 접근-회피 성향에 영향을 주는 강력한 상황적 요인 중 하나가 권력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이론은 권력을 가진 사람은 접근기능이 더 많이 활성화되어 있고, 권력이 적은 사람은 회피 및 억제관련 기능이 더 많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권력에 대한 연구는 낮은 권력감이 과연 회피기능을 더 활성화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일치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고권력자는 접근 기능이 저권력자에 비해 강하다는 것은 꽤 일관된 결과이다. 권력의 접근성은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필자가 언젠가 어느 전문가 단체에 가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단체는 수직적 계층이 아주 명료하고 견고한 집단이었다. 강의 말미, 여담으로 권력의 재미있는 효과를 말해주면서, 권력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에 의하면 지금 앞자리에 계신 분들은 이 집단에서 가장 권력이 높으신 분들일 것이고 제일 뒷자리에 앉으신 분들은 가장 권력이 낮은 분들이거나 늦게 온 분들일 것이라고 농담을 한 적이 있었다. 필자의 농담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웃음을 터트렸고, 역시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특히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권력감이 높은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도 상대방을 실제보다 더 가깝다고 느끼고 물리적으로도 더 가까이 접근하여 서거나 앉는 성향이 있다. 권력의 접근성향 그 자체는 사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긍정적이거나 혹은 부정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권력자의 접근성향은 기업이나 조직에서 부하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교육이나 훈련을 제공하려는 행동을 높이고, 주변의 환경을 먼저 개선하려는 행동을 보이게 한다는 점 등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그러나 이득과 보상에 민감한 접근성향이 강해 때로는 비윤리적인 선을 쉽게 넘을 위험도 존재한다.

권력은 참으로 독특한 상태이다. 사람들은 권력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 권력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은 권력자가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그 사람의 부도덕함을 비난한다. 그러나 이런 개인적 시각은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권력이 긍정적으로 사용되도록 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권력자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인격이라는 측면 뿐 아니라 권력이 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라는 관점에서도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절대 권력자였던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은 믿었던 딸들에게 버림받고 쫓겨나 폭풍우 치는 황야를 미친 사람처럼 헤매며 자문한다.

"내가 누구인지 나에게 말해줄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글쎄...... 권력자, 당신은 누구인가?

참고문헌

Galinsky, A. D., Gruenfeld, D. H., & Magee, J. C. (2003). Power and ac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5, 453-466.

Keltner, D., Gruenfeld, D. H, & Anderson, C. (2003). Power, approach, and inhibition. Psychological Review, 110, 265-284.

Smith, P. K., & Bargh, J. A. (2008). Nonconscious effects of power on basic approach and avoidance tendencies. Social Cognition, 26, 1-24.

* 이 글은 한국심리학회 웹진 PSY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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