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밈(meme) 광고'가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나 유행어(밈)를 빠르게 패러디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고, 브랜드 친화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광고는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페리카나 광고를 보고 놀라는 커플. 인공지능 이미지.
11일 업계에 따르면 페리카나는 10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최근 업로드된 콘텐트로 인해 불편함과 실망을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는 페리카나가 최근 올린 한 광고 영상 때문이다.
현재는 삭제가 된 논란의 광고는 프라이드치킨 부부 사이에서 양념치킨 아기가 태어난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이후 프라이드치킨 아내는 양념치킨 남성과 키스를 나누고, 상처받은 프라이드치킨 남편에게 펠리칸 여의사가 접근해 '복수하자며' 유혹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영상 공개 직후 온라인에서는 '불륜을 너무 희화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페리카나는 공식 사과와 함께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지난 10일 삭제된 페리카나 AI 광고 영상. ⓒ인스타그램
해당 광고는 온라인에서 유행한 AI 영상 콘텐트를 패러디한 것이다. 이른바 '딸기녀' 콘텐트라 불리는 해당 밈은 지난 3월부터 틱톡과 엑스(X·옛 트위터)를 중심으로 퍼졌다.
'#aifruit', '#fruitstory'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확산된 영상들은 AI로 생성한 과일 캐릭터를 활용해 자극적인 관계 서사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특징이다. 앞서 언급한 태그가 달린 영상들 역시 페리카나 광고와 유사하게, 딸기 부부 사이에서 딸기 아내가 바나나 남성과 외도를 벌이고 결국 바나나 아이를 낳는다는 식의 불륜 설정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영상들은 짧고 강한 자극을 앞세워 틱톡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으며, 적게는 수천 개에서 많게는 1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하는 등 높은 반응을 얻고 있다. 비현실적 AI 이미지와 막장 드라마식 전개가 결합되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 것으로 분석된다.
틱톡에서 'fruit'을 검색할 경우 나오는 다수의 쇼츠들. ⓒ틱톡
광고업계는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인터넷 밈을 적극 차용해 왔다. 이를 통해 화제성과 마케팅 효과를 동시에 거둔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오토에버의 SNS가 꼽힌다. 현대오토에버는 IT 직군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밈을 적극적으로 패러디하며 젊은 층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특히 비개발 직원이 "C"를 배웠다고 말한 뒤, 개발자가 프로그래밍 언어인 C언어를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챗(Chat)GPT"였다는 반전으로 끝나는 고양이 영상은 큰 화제를 모았다. 해당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5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얻었다. 두 마리의 고양이가 대화하는 듯한 원본 밈인 'Talking Cat Meme'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차용하면서도 기업 이미지와 연결한 점이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Talking Cat Meme'을 활용해 광고를 만든 현대오토에버. ⓒ현대오토에버 공식 인스타그램
실제로 지난해 현대오토에버의 경력 지원자 수는 밈을 활용한 광고를 내기 전인 2024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6월 채용 플랫폼 캐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상반기 채용 공고 조회수 등에서 화제의 기업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밈 광고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시류를 타면서 높은 주목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기존 TV 광고보다 제작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SNS 알고리즘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젊은 소비층 공략에도 효과적이다. 특히 브랜드가 '재미있다', '트렌디하다'는 이미지를 얻으면 신제품이나 신규 캠페인 역시 자연스럽게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광고 자체가 또 다른 밈으로 재생산되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다만 장기적인 효과는 브랜드 적합성과 완성도에 따라 크게 갈린다. 기업 이미지와 맞아떨어질 경우 친근하고 유연한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화되지만, 반대로 억지스럽거나 자극적인 방향으로 흐르면 화제성만 남긴 채 브랜드 가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밈 광고의 핵심은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느냐에 달려 있다. 짧은 영상 하나로 폭발적인 관심을 얻을 수 있는 시대지만, 그만큼 소비자 반응 역시 빠르고 냉정하다. 낮은 비용으로 높은 화제성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만 보고 접근할 경우, 오히려 브랜드 신뢰와 이미지를 훼손하는 역효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