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7000선을 돌파하며 장을 마친 5월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외벽에 코스피 7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상승 흐름에 올라타려는 사람들로 증시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모든 투자자가 웃고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수익률을 보며 미소 짓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왜 내 종목만 거꾸로 가느냐"며 탄식을 내뱉는다. 지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모든 종목이 함께 오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반도체주와 일부 인기 종목 중심으로 상승세가 집중되고 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개별 종목은 오히려 하락하거나 제자리걸음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수는 불장인데 내 계좌는 한겨울'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 모습. ⓒ연합뉴스
이 같은 분위기는 소셜미디어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삼전(삼성전자)하닉(SK 하이닉스) 축제 중일 때 해보는 망한 주식 대회 하실 분, 저부터 제출한다"라는 글과 함께 자신이 보유한 하락 종목을 캡처해 올리는 게시물이 잇따라 공유되고 있다.
댓글에는 "초코파이 5000개를 욱여넣은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다", "국민 개잡주", "10년만 더 기다려보자" 같은 자조와 농담이 이어졌다. 손실을 인증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풍경마저 하나의 놀이 문화처럼 번지고 있는 셈이다.
이제 주식은 더 이상 일부 사람들만의 특별한 경제활동이 아니다. 출근길에는 스마트폰으로 시세를 확인하고, 점심시간에는 종목 이야기가 오간다. 잠깐 쉬는 시간에도 투자 앱을 열어 계좌 상황을 확인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주식 정보 역시 경제 뉴스뿐 아니라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간다. 종목 추천부터 수익 인증까지, 투자 경험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시대다.
과거에는 주식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도 최근 상승장 분위기 속에서 하나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소액으로라도 투자에 참여하며 개인 투자자로 증시에 발을 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세대도 가리지 않는다. 20~30대 청년층은 물론 중장년층까지 투자 열기에 합류하는 분위기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사 고객센터에는 문의가 폭주하고 있어 상담사 연결이 지연되는 경우도 잦다. 실제 투자 열기는 각종 금융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자 수는 604만 명을 넘어섰다. 가입 금액 역시 36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국내 주식과 ETF 투자까지 가능한 중개형 ISA를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ATM 모습. ⓒ연합뉴스
돈을 관리하는 방식 역시 달라지고 있다. 한때 안정적인 자산 관리 수단으로 여겨졌던 적금의 존재감은 점점 약해지고, 자금은 주식과 투자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돈을 모은다(저축)'보다 '돈을 굴린다(투자)'는 인식이 강해진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과 ETF(상장지수펀드), 각종 투자 상품에 눈을 돌리는 흐름은 자산 운용 방식 자체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경제적 불안감도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집을 사는 것이 일반적인 재테크 경로였다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치솟은 집값과 벌어진 자산 격차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저축만으로는 뒤처질 수 있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다. 투자 역시 선택이 아니라 노후를 위한 생존 전략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생활비만 남겨둔 채 투자 계좌로 돈을 옮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월급 대부분을 주식에 쏟아붓는 이른바 월급 몰빵족도 늘어나고 있다.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갈 뿐 결국 종착지는 주식 계좌'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에 위험 관리 없이 시장에 올라타는 순간 투자는 도박에 가까운 투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치 투자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오래전부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감정 관리'를 꼽아왔다. 그는 강세장이 이어질수록 투자자들이 쉽게 흥분하고 타인의 수익에 휩쓸려 비이성적인 결정을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작년보다 올해는 더 벌 수 있겠지", "이번에는 빚을 내서라도 더 투자해야겠다", "남들은 주식으로 돈 버는데 나만 안 하면 뒤처지는 것 아닐까" 같은 심리가 대표적이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7000선을 돌파하며 장을 마친 5월6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케이크를 들고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이 달아오를수록 사람들은 냉정한 판단보다 '나만 놓칠 수 없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심리에 휩쓸리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욕심을 내면 함께 욕심을 내고, 공포에 질리면 같이 흔들린다. 버핏은 오히려 바로 그 지점에서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대중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시장을 바라볼 수 있다면 남들과 다른 선택이 결국 더 큰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상승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낙관 속에서 자라 도취 속에서 끝난다' 말이 자주 회자된다. 시장이 뜨거워질수록 위험은 잘 보이지 않게 되고, 수익은 자신의 실력처럼 느껴지기 쉽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가치보다 시장 분위기에 따라 이뤄진 투자는 상승장에서는 성공적인 투자처럼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시장이 꺾이는 순간, 그것이 투자보다 투기에 가까웠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증권사 신용거래, 담보대출 등으로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는 시장 방향이 바뀌는 순간 손실 역시 몇 배로 불어난다. 투자자는 원금뿐 아니라 빚까지 떠안게 된다. 수익은 투자자의 몫이지만, 빚은 시장이 무너져도 사라지지 않는다. 불장은 영원하지 않다. 투자자가 감당해야 할 책임은 결국 자신의 몫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