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평생 '내 집' 한번 마련해보지 못하고 죽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10명 중 4명은 그러지 않을까. 전국 자가보유율이 60%가량이고 국민 40%가 주택 구입을 포기했다는 조사가 있으니 얼추 맞아떨어질 것이다.
'내 집 포기'라는 말이 꼭 부정적으로 들리지만은 않는다. 집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욕망은 상대적이다. 내 집 마련을 평생의 꿈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어떻게 꿈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국토교통부가 해마다 발표하는 '주거실태조사'에도 집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극단적으로 갈려 나타난다.
내 집 마련을 평생의 꿈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어떻게 꿈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허프포스트코리아
나이가 어릴수록, 1인 가구일수록,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집을 꼭 소유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20대의 28.4%, 1인 가구 23.4%, 소득 2분위의 20.1%가 '내 집을 꼭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한다. 반면 60대는 10.2%, 2인 가구는 8.8%, 소득 10분위는 6.0%만이 여기 동의한다.
한마디로 청년 1인 가구 중에서는 주택 소유에 대한 인식을 유연하게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미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들을 증명하는 듯한 유튜브 채널도 있다. 이곳에선 자취하는 청년들이 살고 있는 집이 구석구석 소개된다.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알기 어려울만한 집의 사소한 특징까지 공개되는 것도 신기하지만 월세, 전세, 매매를 가리지 않고 주거비용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더 놀랍다.
대부분 '자가'가 아닌데도, 즐겁게 자기 집인 것처럼 소개한다. 물론 살 만한 사람들만 나와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정말 허름하거나 열악한 집은 나오지 않는데, 애초에 '이 정도면 공개해도 되겠다' 싶은 집들만 골라 출연 신청을 받기도 했을 것이다. 월셋집이어도 상대적 박탈감은 여전하고, 자취방의 기준선을 올려놓는다는 부작용도 있다. 하지만 이 채널에 흐르는 전반적 정서는 '집 없이 살아도 나름 괜찮다'는 사람들의 스스로에 대한 인정과 자기만족이다.
이는 한국에서 살면 갖게 되는 주거 형태에 대한 체념이 긍정적으로 승화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애초에 이번 생에는 내 집 마련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보고 세입자로서의 삶의 태도를 능숙하게 익혀 '자취 노하우'로 축적해가는 사람들인 것이다.
이들은 부동산 정책 집행에 있어 언제나 후순위였다. 부동산 정책을 실행할 때마다 전월세가 치솟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현상은 일상다반사인 데다가 이들이 수혜를 입을 만큼 집값이 획기적으로 내려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것은 문제다.
2024년 기준 청년 평균 소득은 2625만 원이고 월평균 생활비는 213만 원인데, 월세 평균은 41만 원이라고 한다. 지금은 이 가격이 더 올랐을 것이다. 단순계산으로 소득에서 연간 생활비를 빼면 69만 원이 남는다. 자산 형성과는 아예 멀어지는 지출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집값'에 초점이 맞춰진 정부 부동산 정책은 '매매'라는 주거 형태에 한정된 것으로, 정책이 관철된다고 해도 40%에 가까운 월세와 전세 생활자들까지 수혜가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 집 마련이 모두의 꿈일 것이라고 가정하는 정책은 남은 40%를 고려하지 못한다. '집을 사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부동산 정책의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정부가 먼저 집에 대한 시야를 넓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