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3일, 무게 약 12톤에 길이 13미터에 달하는 혹등고래 한 마리가 서식지인 대서양에서 멀리 떨어진 독일 뤼베크 인근 휴양지 팀멘도르퍼 슈트란트 해변 모래톱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게 됐다.
2026년 4월 27일, 독일 북부 포엘 섬 인근 발트해 비스마르 만에서 사람들이 모래톱에 갇힌 혹등고래 가까이에 모여 있다. 이 고래를 구조하려는 민간 차원의 시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AFP/연합뉴스
당시 고래의 입에는 어망 조각이 걸려 있었고, 건강 상태 역시 매우 좋지 않았다. 독일 언론은 이 고래에게 '티미(Timmy)'라는 이름을 붙였다. 고래가 갇힌 해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었다.
이후 구조 시도는 여러 차례 이어졌지만, 티미는 잠시 헤엄쳐 나가는 듯하다가도 결국 다시 해변으로 밀려왔다. 얕은 바다에 거의 움직임 없이 누워 있는 모습은 한 달 넘게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대본도, 연출도 없는 티미의 사투를 두고 사람들은 매일 아침 티미의 생사를 확인했다.
물을 뿜거나 지느러미를 움직이는 작은 변화조차 속보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지역 소방대는 티미의 주변에서 24시간 바닷물을 뿌렸다. 티미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반응도 점차 커졌다. 24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사회학자 크리스티안 슈테그바우어는 티미 사건을 두고 지능이 높고 사회적인 동물인 고래가 인간의 투영 대상이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소셜미디어에서는 '누가 더 고래를 아끼는가'를 두고 일종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티미 구조를 둘러싼 논쟁도 거세졌다. 그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와 수의사, 환경단체에는 협박 메일까지 받았다. 논쟁은 단순한 동물 구조 문제를 넘어, 인간이 자연 동물의 생명과 관련된 일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질문으로 확장됐다.
전문가들은 생존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구조 시도가 오히려 티미의 고통을 연장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티미와 같은 해양 포유류가 좌초될 경우, 그 상태는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티미가 기력이 약해지면서 휴식과 마지막 순간의 편안한 죽음을 위해 얕은 바다를 찾았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저는 이 고래가 곧 죽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게 도대체 뭐가 그렇게 나쁜 일입니까?", "동물은 살고 죽습니다. 이 동물은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심하게 아픕니다. 그래서 편히 쉬기로 결정한 겁니다"
-그린피스의 해양 생물학자인 틸로 마악이 4월 초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
독일 북부 포엘 섬 인근 발트해 비스마르 만에서 한 남성이 4월27일 모래톱에 갇힌 혹등고래 가까이에 서 있다. 이 고래를 구조하려는 민간 차원의 시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반면 끝까지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는 더 이상의 고통을 막기 위해 안락사를 선택한 사례도 있다. 2024년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좌초된 혹등고래 '호프'가 이틀간의 구조 시도 끝에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돼 결국 안락사됐다.
결국 구조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독일 정부는 1일(현지시각) 구조 작업 종료를 공식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티미가 이미 회복이 어려운 상태라며, 고통을 줄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생을 마감하도록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은 다시 뒤집혔다. 두 명의 자산가가 구조 비용 지원을 약속하면서 구조 작전이 재개된 것이다. 정부는 고래에게 무리한 시도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민간 주도의 구조 계획을 승인했다.
4월 말, 티미를 바닷물을 가득 채운 특수 바지선에 실어 깊은 바다로 옮기는 작업이 시작됐다. 29일(현지시간) 구조대는 고래를 끈으로 묶고 미리 준설한 수로를 이용해 물을 채운 바지선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바지선은 덴마크 북단을 돌아 스카게라크 해협을 거쳐 북해로 이동해 티미를 깊은 바다로 놓아주기로 돼 있다.
한편 티미의 구출 장면은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의 포획 과정과 비교된다. 늑구 역시 뉴스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의 큰 관심을 끌어모았다. 해변에 좌초된 혹등고래 티미처럼, 늑구 역시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으로 받아들여지며 사람들의 감정 이입을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