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국적의 A씨는 2023년 6월, 직업전문학교에 입학하며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배움이 아닌 착취였다. 부실한 교육과정 속에서 법무부 규정을 위반한 현장실습에 투입됐다. 그 과정에서 임금조차 지급받지 못했다.
#. 필리핀 국적의 B씨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2024년 10월, 가수의 꿈을 안고 한국에 입국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는 무대가 아닌 유흥업소로 내몰렸고 주류 판매 등 접객 행위와 함께 성매매까지 강요받았다. 급여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부푼 꿈을 안고 유학과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결국 노동력 착취와 성적 착취로 내몰렸다.
성평등가족부는 28일 제2차 인신매매 등 사례판정위원회를 열고, 외국인 2명을 인신매매 등 피해자로 최종 확정했다.
한 사람이 방 안에 홀로 앉아 있다. AI 합성 이미지.
이번에 피해자로 인정된 이들은 생계비와 의료비 지원을 비롯해 취업 지원, 법률 지원 등 보호를 받게 된다.
성평등가족부는 올해부터 경찰청·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을 통해 범죄 피해 사실이 확인된 경우 별도의 심의 없이 즉시 피해자로 확정해 지원하고 있다.
2023년 이후 현재까지 확정된 인신매매 등 피해자는 모두 72명이다. 올해는 사례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친 3명과 범죄 피해자로 확인된 12명 등 총 15명이 피해자로 인정됐다.
인신매매는 흔히 '보이지 않는 범죄'로 불린다. 그만큼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인신매매는 단순한 납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허위 광고나 지인의 소개로 접근하거나, 피해자의 취약한 상황을 악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피해 대상 역시 특정 집단에 한정되지 않는다. 아동과 청소년, 장애인은 물론 일반 성인까지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인 역시 예외가 아니다.
피해자가 인신매매를 신고하기는 쉽지 않다.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되거나, 가해자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 피해자를 통제하기 때문이다. 언어와 정보 부족으로 스스로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여기에 협박을 통해 가족이나 지인을 위협하면서 탈출이나 신고를 막는 경우도 발생한다.
인신매매 등 피해와 관련해 상담이나 지원이 필요한 경우, 중앙인신매매등피해자권익보호기관(1600-8248)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