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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포함된 OPEC+에서 공식 탈퇴하면서 ‘중동 에너지판’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원유 매장량 5위인 UAE가 이탈하면서 원유 수급을 조절하는 OPEC의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OPEC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안정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UAE의 OPEC 탈퇴로 '중동 에너지판' 흔들린다 : 이제 사우디 홀로 OPEC 이끈다
사막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모습. AI 이미지

29일 영국 BBC를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글로벌 에너지 전문가들은 UAE의 이번 탈퇴 결정이 OPEC의 장기적 결속력 자체를 흔드는 구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호주 금융조사업체 MST 파이낸셜의 솔 카보닉 에너지 책임연구원은 BBC 인터뷰에서 "UAE가 탈퇴하면 OPEC은 생산능력의 약 15%와 함께 가장 규정을 잘 준수하던 회원국을 하나 잃게 된다"고 말했다.

OPEC은 1960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5개 나라로 시작해, 글로벌 원유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산유국들의 이익을 대변해 왔다. 이번에 UAE가 5월1일 탈퇴하게 되면 OPEC 회원국은 11개 나라로 줄어들게 되며, OPEC+ 내부의 10개 비회원국과 공조 체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UAE 왜 지금 탈퇴하나 : 수익 불만과 사우디와 정치적 균열

UAE의 OPEC 탈퇴로 '중동 에너지판' 흔들린다 : 이제 사우디 홀로 OPEC 이끈다
UAE의 OPEC 탈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정치적 갈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이미지.

UAE는 하루 약 480만 배럴의 원유를 뽑아낼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OPEC의 할당 체계 아래에서는 실제로 하루 300만 배럴 수준밖에 생산할 수 없었다. 수백억 달러를 투자해 시설을 늘려놨는데 그만큼 팔 수 없는 구조로 불만이 쌓여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UAE 정부당국은 이번 OPEC 탈퇴 결정을 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경제적 전망과 변화하는 에너지 구도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시장 수요와 상황에 맞춰 점진적이고 신중한 방식으로 생산량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생산 제한에 따른 수익 불만뿐만 아니라 OPEC의 핵심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정치적 갈등도 UAE의 OPEC 탈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외교협회(CFR)은 UAE의 탈퇴 핵심 배경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외교적 결별을 꼽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2025년 말 예멘 내전 주도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UAE가 지원하는 예멘 분리주의 세력의 군사장비를 사우디아라비아가 직접 공습하면서 양측의 긴장은 극에 달했다.

이란전쟁이 터진 뒤에도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온도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파키스탄, 이집트, 터키 등과 함께 외교적 해결을 모색한 반면, UAE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직접 받은 당사국으로서 어떤 합의든 이란이 UAE를 직접 위협할 수 없는 확실한 안보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티븐 A. 쿡 미국외교협회 중동·아프리카 선임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가 이미 틀어진 상황에서 경제적 이익도 충분하다는 확신이 서자, OPEC 탈퇴 결정을 내린 것이다"고 말했다.

 

OPEC의 '완충재' UAE의 탈퇴는 사우디의 유가안정 부담 키운다

UAE는 그동안 OPEC의 원유 생산에서 완충재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UAE의 OPEC 탈퇴는 주요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유가안정 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르웨이 에너지컨설팅 기관 리스타드 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지정학 분석연구원은 UAE의 OPEC 탈퇴를 두고 중대한 구조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레온 연구원은 "UAE는 그동안 하루 480만 배럴에 달하는 여유 생산능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OPEC이 유가 급등락을 막는데 '완충재 역할'을 해왔다"며 "이란전쟁으로 원유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 할당(쿼터) 안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것은 UAE로서는 돈을 테이블위에 그냥 놓고 떠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UAE가 OPEC에서 빠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안정부담을 홀로 떠안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매장량에서 OPEC 선두권에 있는 만큼 원유 생산량을 조절할 때 부담을 크게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레온 연구원은 "만약 UAE가 OPEC 없이도 잘 굴러간다는 것을 증명해보이면, 다른 나라들도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OPEC과 나아가 OPEC+로 구성된 집단 생산관리 체제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UAE의 OPEC 탈퇴로 원유의 집단 생산관리 체제가 흔들리게 되면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중장기적으로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OPEC의 시장조율 능력이 약해지면서 유가 변동성이 커지게 될 때 원유 가격을 예측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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