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하지 않은 일을 벌이고 있다. 미국 여권에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과 서명이 인쇄해 특별판으로 만든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현직 대통령의 초상이 국가 공식 신분증에 새겨지는 것은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로 여겨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상이 커버 안쪽에 새겨지는 미국 '한정판 여권' 모습. ⓒ 미국 국무부
토미 피콧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각) "7월 역사적 건국 250년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 디자인 여권을 한정 수량으로 발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CNN이 전했다.
이번에 만들어질 한정판 여권 내부 앞쪽 표지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과 금색 서명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뒤쪽 표지에는 미국 독립선언서 초안이 제출되는 역사적 장면을 담은 회화 '독립선언'이 들어간다.
미국에서 여권에 현직 대통령의 초상이 들어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여권에 대통령 초상을 넣는 일종의 '우상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의 얼굴이 새겨진 1달러짜리 동전도 제작하고 있다.
브랜든 비치 미국 연방재무관은 2025년 10월3일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이 새겨진 1달러 유통동전 디자인을 게시했다.
그는 "여기에 가짜뉴스는 없다"며 "미국 독립 250주년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기리는 이 디자인 초안은 진짜다"고 말했다.
이 동전 앞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테두리에 '자유'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동전 하단에는 '우리는 신을 믿는다(IN GOD WE TRUST)'라는 문구도 적혔다.
미국은 이 동전과 별도로 수집용 250달러 순금 주화도 별도로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과거 건국의 주역들이 '왕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현직 대통령 화폐 제작을 금기로 삼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깬 것이다.
이에 미국 민주당 소속 제프 머클리·캐서린 코테즈 매스토 상원의원은 즉각 현직 및 생존 전직 대통령의 초상을 화폐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부패방지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미국 조폐국이 미술위원회에 제출한 기념주화 시안. ⓒ 미국 조폐국
트럼프 '우상화' 흐름은 거리와 건물, 군함으로 이어졌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인근 6.4km 도로는 '트럼프 불러드바드'로 이름이 바뀌었고, 문화예술 공연장인 케네디 센터는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이름을 바꾸었다. 해군 신형 전함의 이름에도 '트럼프급'이라는 함급명이 붙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뿐만 아니라 지지자들에 의한 우상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우익활동가인 더스틴 스톡턴와 유명 암화화폐 투자자인 브록 피어스를 비롯한 암호화폐 투자자 그룹은 30만 달러를 들여 높이 약 6.7m의 황금빛 트럼프 동상을 만들고 있다.
이 동상은 2024년 미국 대선유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암살시도를 받았을 때 주먹을 치켜든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이른바 '돈 콜로서스'로 불리면서 플로리다 도럴 골프 리조트에 설치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동상의 제막식 참석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주의 국가 지도자로서 독재자로 불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김정은 국방위원장도 이처럼 노골적인 우상화 작업을 벌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그의 행적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