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성 하나은행장이 지난해 1월2일 취임사에서 강조한 대목이다. 2025년 하나은행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당기순이익(지배주주 귀속 기준) 3위로 한 해를 마감하며 이 행장의 포부는 온전히 실현되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하나은행은 올해 1분기 순이익 기준 2위로 올라서며 반등에 성공했다. 1위인 신한은행과의 순이익 격차는 단 529억 원에 불과하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이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작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이 행장으로서는 임기 후반전의 시작인 1분기부터 확실한 득점을 올린 셈이다.
◆ 이호성 향한 엇갈린 관측, 연임이냐 지주 이동이냐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1분기의 좋은 흐름을 타고 올해 리딩뱅크를 탈환할 수 있느냐가 이 행장의 향후 행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으로 리딩뱅크 타이틀을 따냈지만 2024년에는 신한은행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 행장의 취임 첫 해인 2025년에는 순이익 두 자릿수 성장이라는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순이익 기준 순위는 3위에 머물렀다.
일반적으로 이처럼 우수한 실적을 거두면 자연스럽게 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하나은행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하나은행은 2015년 9월 초대 KEB하나은행장에 올라 2년 연임에 성공했던 함영주 현재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후 단 한 차례도 은행장의 연임 사례가 없다. 이 행장의 전임 행장들은 모두 2년의 임기를 마친 뒤 연임 없이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물론 전례가 없다고 해서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연임이든 지주 부회장으로의 승진 이동이든, 향후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꼽힐 이 행장의 '로열 로드'에 있어 올해 실적과 리딩뱅크 탈환 여부가 결정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 행장은 함영주 회장의 '고졸 신화'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그룹 안팎의 관심이 더욱 크다. 이 행장은 대구 중앙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1년 한일은행에 입행한 인물로, 1980년 서울은행(하나은행 전신)에 고졸 행원으로 입사한 함 회장의 고졸 신화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 두 자릿수 성장률 이끈 일등 공신, 부실자산 관리가 특효였다
하나은행의 올해 1분기 실적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분은 순이익 성장 폭이다. 1분기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1조104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증가하며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이 2.6%, KB국민은행이 6.6%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이러한 급성장의 일등 공신은 충당금 환입이다.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이 지난해보다 8.6% 성장한 가운데, 충당금 전입액은 무려 37.4%나 급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1분기 IR 자료를 통해 "그룹 전체가 안정적으로 대손비용률을 관리할 수 있었던 주된 원인은 하나은행에서 부실위험 자산 감축으로 충당금 환입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별도 기준 대손비용률은 0.08%로 2025년 연간 기준 대비 3bp(1bp=0.01%포인트) 감소했다. 영업이익경비율(CIR) 역시 같은 기간 39.4%에서 37.2%로 2.2%포인트 줄어들며 전반적인 비용 관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 순이익 이끈 '충당금 환입'의 역설, 120%대로 급감한 방어막과 0.39%의 불안
특기할만한 점은 순이익 급증의 일등공신인 '충당금 환입'이 오히려 재무건전성 측면에서는 양날의검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하나은행의 NPL커버리지 비율은 123.48%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04%포인트 급감했다. 2025년 연말 기준보다도 12.86%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NPL 커버리지비율은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을 얼마나 쌓았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부실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은행의 대응력을 보여주는 수치인 셈이다.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이 지표를 굉장히 높게 관리하고 있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NPL커버리지 비율 역시 2023년에 205.53%, 2024년에는 165.38% 였다. 하지만 이 행장의 임기 동안 이 비율은 2025년 136.33%, 그리고 올해에는 120%대까지 내려갔다.
NPL 커버리지비율 하락의 원인은 명확하다. 부실 자산을 정리하며 과거 쌓아둔 충당금을 이익(환입)으로 되돌려 놓은 결과, 순이익은 훌쩍 뛰었지만 그 반대급부로 미래 위험을 방어할 완충 능력은 얇아진 것이다.
연체율 역시 상승세에 있다. 하나은행의 올해 1분기 연체율은 0.39%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5년 연간 기준보다 7bp 상승한 수치이자 2017년 1분기 이후 최고치다.
물론 이는 하나은행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 대출 한도 축소 등 거시 경제 전반의 악화가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4대 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의 연체율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1분기 기준 타행의 연체율은 신한은행 0.32%, KB국민은행 0.35%, 우리은행 0.38%를 각각 기록했다.
다만 연체율과 NPL커버리지 비율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금융당국에서 권고하는 연체율 수준은 0.5% 이하이기 때문에 0.39%의 연체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수치라고 말하긴 어렵다"라며 "123.48%라는 NPL커버리지 비율 역시 부실채권보다 충당금을 1.2배 이상 더 쌓아두고 있다는 뜻이므로, 당장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