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이 태양광(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는 미국의 우호적 정책 환경, 케미칼 부문에서는 비용 절감 및 공급선 다변화를 통해 구조적 성장 단계에 진입할 기회를 맞이한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화솔루션을 둘러싼 가장 큰 이슈는 조 단위의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꼽힌다. 태양광 부문과 케미칼 부문의 실적 개선은 한화솔루션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기본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사업과 케미칼 사업에서 모두 긍정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한화
29일 한화솔루션 및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앞으로 태양광 사업 성과를 높일 긍정적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핵심은 3년 넘게, 3조 원을 투입해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에 조성하고 있는 대규모 태양광 생산거점 '솔라허브'가 본격적으로 결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태양광 제품을 놓고 '수입 장벽'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2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인도와 인도네시아, 라오스산 태양광 제품을 향해 최대 249%에 이르는 반덤핑 및 상계관세 예비 판정을 발표했다.
미국 내 태양광 산업이 피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는 것으로 지난해에는 동남아시아 4개국의 태양광 제품에 관해 관세가 부과됐었는데 인도와 인도네시아, 라오스 등 신규 우회 경로까지 미국의 무역 장벽이 확대된 셈이다.
이에 한화솔루션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태양광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현지 제품의 이른바 '프리미엄'을 얻게 된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카터스빌에서 올해 하반기 연간 생산능력 3.3GW(기가와트) 규모의 잉곳-웨이퍼-셀 생산공장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미국 조지아주 달튼의 5.1GW와 카터스빌의 3.3GW를 합쳐 모두 연간 8.4GW 규모의 모듈을 생산하고 있는데 잉곳과 웨이퍼, 셀까지 추가하면서 태양광 제품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중국을 포함한 해외우려기관(FEOC) 관련 규제가 강화하고 있는 점도 한화솔루션에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지난 2월 미국에서는 FEOC 규제 관련 잠정 세부안을 발표했다. 금지외국기관(PFE)이 아닌 곳에서 받는 원자재나 부품이 미국 현지 생산제품 비용의 일정 비율을 넘겨야 세액공제 자격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비금지외국기관(Non-PFE) 비중 기준이 올해 40%를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상향돼 2030년부터는 60%로 높아진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태양광 셀 등을 생산하면서 Non-PFE 비중이 70%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솔루션은 이런 변화를 놓고 "미국 정책 및 시장 환경 변화로 구조적 수익 개선이 가능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조재원 키움증권 연구원도 "연초부터 미국에서 태양광 셀·모듈의 가격 상승이 관찰되고 있는데 이는 FEOC 관련 규제 강화 이후의 구조적 수급 개선에 기인하는 것"이라며 "가격 상승 추세 지속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한화솔루션은 케미칼 부문에서도 사업 효율화와 공급망 다변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의 토대를 다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한화솔루션에 따르면 케미칼 부문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비수익 사업 정리, 생산라인 합리화, 비용 절감 등을 병행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힘써온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에는 에틸렌 공급망을 다변화하기도 해 제품을 원활히 생산하고 원가를 방어하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은 자회사 여천NCC가 중동 사태 직후 가동률을 55%까지 낮추면서 에틸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한화솔루션은 여천NCC에서 주로 에틸렌을 공급받아 왔는데 미국과 이란 사이 전쟁의 영향으로 에틸렌의 원료인 나프타 수입이 감소하면서 여천NCC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은 에틸렌의 선제적 조달 전략을 통해 가동률을 9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원료 확보 우려에도 높은 가동률 및 마진(수익성)을 확보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능력을 보였다"고 바라봤다.
태양광과 케미칼 부문에서 모두 확인한 근본적 변화는 1분기 '깜짝 실적'에 이어 향후 실적 전망을 밝히는 요소로 꼽힌다.
한화솔루션은 1분기 영업이익 926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이후 3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고 기존 시장기대치(컨센서스)인 115억 원을 8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1분기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영업이익 62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통관 지연 사태로 4천억 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이 문제가 해결된 데다 미국에서 우호적 정책 환경이 조성되면서 모듈 판매가격이 상승한 데 영향을 받았다. 에너지 전문매체 PV매거진과 증권업계 집계를 종합하면 미국 태양광 모듈 평균판매가격(ASP)은 1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케미칼 부문은 영업이익 341억 원을 냈는데 이는 2023년 3분기 이후 무려 2년 반 만에 적자를 탈출한 것이다. 에틸렌을 원활히 확보하면서 얻은 이익에 더해 폴리염화비닐(PVC) 해외사업 흑자전환, 가성소다 사업 수익성 증대, 고수익 제품인 초고압케이블 소재의 판매 확대 등에서 비용 절감 및 포트폴리오 효율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박승덕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대표이사와 남정운 케미칼 부문 대표이사는 1분기 실적을 놓고 "카터스빌 공장의 셀 라인이 3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수익 창출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케미칼 부문도 글로벌 공급과잉 우려에도 주요 원료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구조적 체질개선을 지속해 흑자 기조를 안정적으로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의 호실적은 최근 한 달가량 시장의 큰 이슈였던 대규모 유상증자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인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목표 달성 가능성을 키우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도 한화솔루션이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온전히 보려면 근본적으로 이익창출력이 높아져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유상증자 규모를 변경하면서 채무상환 목적을 자금 조달액이 6천억 원 줄어든 만큼 실적 개선의 필요성이 더 높아진 상황이다.
당초 유상증자를 통해 단번에 확보할 수 있었던 재무개선용 자금 규모가 줄어들고 불확실성이 생겨난 상황에서 나타나는 영업이익 증가는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말 2조4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발행주식 수의 무려 40%가량을 신주로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놓고 시장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까지 받은 한화솔루션은 앞서 17일 이사회를 거쳐 유상증자 금액을 기존 2조4천억 원에서 1조8천억 원으로 변경했다. 시설투자 목적의 자금은 9천억 원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채무상환 자금을 6천억 원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부족해진 6천억 원을 올해 말까지 해외법인을 통한 자본성 조달 및 비영업용 자산 매각으로 충당한다.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채무상환 목적 자금의 활용과 함께 효율적 투자, 태양광 실적 개선 등을 더해 중장기적으로 재무지표를 건전하게 관리하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은 2025년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196.3%, 순차입금 12조6천억 원을 2030년 각각 106.7%, 6조9천억 원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