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의 종전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뒤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란의 버티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뚜렷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이란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4월28일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영국의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를 맞이해 환영사를 내고 있다. ⓒ AFP=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의 에드워드 루스 수석 미국 논평가는 29일 '끝나지 않는 이란 전쟁에 익숙해져야 하는 이유'라는 칼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신뢰를 잃었다"며 "이란으로서는 전쟁을 지속할 강력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쟁에서 '공격과 협상'이라는 상충된 발언을 지속해왔기 때문에 이란으로서는 미국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루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중동의 '황금기'를 약속하더라도 이란 입장에서는 그가 언제든 '정권 교체'로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상대를 두고 그 어떤 협상가도 신뢰를 쌓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이란과 협상을 주도하는 과정이 종전으로 가는 길을 어렵게 만든다고 바라봤다.
루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와 친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같은 비전문가들이 복잡한 핵협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더 나은 조건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이 핵협상에서 진전이 있다고 해도 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는다는 문제도 짚었다.
루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구상에는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이란을 지지하는 무장 대리세력(proxy) 문제가 빠져 있다"고 말했다.
루스는 "걸프 국가들의 평화는 이란의 미사일 위협과 드론 위협이 종식돼야만 유지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합의를 이루더라도, 이란을 지지하는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충돌하면 미국과 이란의 합의는 위태로워진다"고 바라봤다.
이번 이란전쟁의 종식을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결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에서 중국행 선박이 사실상 제외되고 있어 이란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 상황을 근거로 꼽았다.
루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중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전까지 임시휴전을 원하고 있다"며 "전쟁의 승패가 갈리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의 '버티기 전략'은 유효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가 전쟁을 시작했지만, 어제 끝낼지는 이란이 결정한다"면서 칼럼을 끝맺었다.
에드워드 루스 칼럼니스트는 영국 출신으로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정치학·철학·경제학을 전공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입사한 뒤 남아시아 지국장, 워싱턴 지국장, 자본시장 에디터를 거쳐 현재 미국 국가 편집장 겸 수석 미국 논평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