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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부터 영업이익률 72%라는 기록적 수익성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SK하이닉스의 차별화 지점이었던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범용 D램, 여기에 낸드플래시(낸드)까지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최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용인에서만 SK하이닉스의 600조 원 투자를 계획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확인한 이익창출력은 최 회장의 전략에 든든한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HBM의 SK하이닉스'가 D램·낸드 날개 달고 엔비디아·TSMC 웃도는 '극강의 영업이익률' 기록 : 최태원의 승부수 계속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SK

SK하이닉스는 2026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2조5763억 원, 영업이익 37조6103억 원, 순이익 40조3459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2025년 1분기보다 매출은 198.1%, 영업이익은 405.5%, 순이익은 379.6% 급증한 것이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은 기존 시장기대치(컨센서스)도 소폭 웃도는 수치로 발표됐다. 기존에 기대했던 '슈퍼사이클(대호황)'에 부합하는 시장 상황과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을 확인한 셈이다.

이번 1분기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은 전체 매출의 75~80%를 차지하는 D램이 견인한 가운데 낸드까지 완전한 정상화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AI로 모든 산업이 빠르게 전환하면서 고속·고용량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HBM 경쟁력을 앞세워왔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 97조 원, 영업이익 47조 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에이전틱(비서형) AI 확산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중앙처리장치(CPU)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GPU에 적합한 HBM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CPU에 활용되는 범용 D램까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학습을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 GPU가 필수적이지만 사용자의 질문에 답을 내놓는 판단의 영역에서는 CPU가 전력 효율이나 비용 면에서 유리해 범용 D램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D램 출하량은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평균판매가격(ASP)가 65% 안팎까지 높아졌다. 이 기간 D램 매출은 41조 원가량으로 지난해 1분기 14조1천억 원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뛰었다.

낸드도 AI를 타고 대폭 개선된 실적을 거두고 있다. AI가 학습을 넘어 추론 단계로 넘어가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고성능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가 공급우위 시장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eSSD는 낸드를 여러 개 묶어 기업용으로 만든 거대한 저장장치다.

SK하이닉스 1분기 낸드 출하량은 단품 판매를 축소하면서 직전 분기보다 10%가량 줄었지만 ASP는 무려 75%가량 상승했다. 1분기 낸드 매출은 11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특히 낸드는 최태원 회장의 뚝심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은 2020년 90억 달러(약 10조 원)을 들여 인텔 낸드사업부(솔리다임)를 인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후 솔리다임이 2023년까지 누적 순손실 8조 원가량을 내며 10조 원 규모의 인수를 향한 비판이 거셌지만 AI 시대를 맞이해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에서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을 봤는데 1분기에는 흑자전환을 넘어 영업이익이 7조 원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가 대형 모델 학습 중심의 단계를 넘어 다양한 서비스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요청을 처리하는 추론 형태로 진화하고 각 단계에서 생성하는 데이터 양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HBM뿐 아니라 D램과 낸드의 수요 기반이 넓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발표된 잠정실적은 SK하이닉스가 보여주는 최고 수준의 수익성과 함께 향후 최 회장이 준비하고 있는 대규모 투자 기반을 다질 역량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무려 72%에 이른다. 단순히 말해 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남긴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SK하이닉스가 4분기 자체적으로 기록한 58%는 물론이고 엔비디아의 앞서 4분기 65%, 올해 1분기 TSMC의 58%를 웃돈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가운데 최고치다.

증권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연결기준 매출 288조 원, 영업이익 211조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분기와 비슷한 영업이익률 73%로 최고 수준의 이익창출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최 회장은 장기적으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서만 SK하이닉스의 600조 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투자는 단순히 규모뿐 아니라 메모리반도체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제때 실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올해 1분기부터 보여준 수익성은 순조로운 자금 확보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수치로 보면 SK하이닉스가 기준으로 삼은 '순현금 100조 원' 역시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미래 성장을 위해 순현금 100조 원을 확보하는 등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고 주주환원과 균형을 유지하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100조 원이라는 순현금이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를 집행하면서도 만족할만한 주주환원책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수준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현금)에서 차입금을 뺀 SK하이닉스의 순현금은 지난해 말 12조7천억 원에서 올해 1분기 말 35조 원을 기록했다. 이 사이 현금은 20조 원 가까이 늘린 반면 차입금은 3조 원가까이 줄이면서 1분기 만에 순현금을 23조 원가량 늘린 것이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계기로 추가 투자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ADR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기업 주식을 미국 은행에 예치하고 이를 바탕으로 발행돼 현지 증시에서 달러로 거래되는 미국주식예탁증서를 말한다.

앞서 반도체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미국 ADR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최 회장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기술 콘퍼런스 GTC 2026에서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상장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을 위한 비공개 신청서를 제출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2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ADR 상장 공모 관련 등록신청서를 비공개로 제출해 올해 안에 미국 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규모나 방식, 일정 등 세부사항이 확정되지 않았고 증권거래위원회의 신청서 검토, 시장 상황, 수요 예측 및 기타 제반요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고 소통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설비투자(CAPEX)로 29조 원가량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수요 확대에 대비하면서 지난해보다 투자 규모를 키운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SK하이닉스는 "고객 수요가 SK하이닉스의 공급 규모를 웃도는 환경이 지속돼 구조적 수요 성장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반도체 생산 인프라는 착공부터 실제 가동까지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수요 가시성을 고려한 투자를 집행해 공급 안정성과 재무 건정성을 함께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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