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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대회를 열 때 소음이 날 수 있습니다.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저희가 더 빛납니다"

축구는 금지되고, 수학여행은 사라지고, 운동회는 민원 대상 됐다 : '노는 아이' 없어 유령 같아진 요즘 학교들
지난 20일 소셜미디어 스레드에 아이들이 직접 쓴 사과문이 담벼락에 붙은 사진이 공유됐다. ⓒ스레드

아이들이 직접 쓴 사과문이 초등학교 담벼락에 빼곡히 붙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초등학교는 4월 29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는 체육대회를 앞두고 있다. 소음 민원을 걱정해 아이들이 주민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

지난 20일 소셜미디어 스레드에는 해당 사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오는데 초등학교 담벼락에 사과문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며 "운동회에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는데 기분이 이상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지들도 어릴 때 운동회 해봤을 거 아니야. 왜 애기들 하루 잠깐 노는 걸로 부채 의식을 심어주는가... 이기적인 어른들", "너희들 잘못도 아니고 죄송할 일도 아니야. 어른들이 미안해. 자유롭게 뛰어놀아야 할 텐데... 하루 하는 운동회에 마음의 짐을 지게 해서...", "어른으로서 좀 미안해지는걸요. 저걸 만들면서 했을 생각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초등학생들의 체육대회는 지역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행사일까? 학교들은 체육대회를 할 때 이제 '선 사과 후 개최'를 택하고 있다. 일 년에 단 며칠뿐인 행사이지만 소음 민원으로 순찰차가 출동하거나 교육청에 민원이 빗발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교육적인 활동조차 소음 민원으로 제약을 받는 현실은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의 놀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 따르면,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충분히 놀아야 한다. 놀이는 정서·사회성·신체 발달에 중요하지만, 현실에서는 경쟁 중심의 교육과 차량 중심의 도로 설계, 아파트 위주의 주거 환경 탓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축구는 금지되고, 수학여행은 사라지고, 운동회는 민원 대상 됐다 : '노는 아이' 없어 유령 같아진 요즘 학교들
학교 운동장에 축구공이 놓여 있다. AI 합성 이미지

19일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이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전국 초등학교 축구·야구 등 스포츠활동 금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6189개교 중 312개교(5.04%)가 교과 시간 외 축구·야구 등 스포츠 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칠까봐, 옷이 더러워져서, 혹은 특정 학년의 운동장 독점을 항의하는 각종 민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학여행 역시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추세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월 28일 기준 집계한 '최근 3년간 초·중·고 현장체험학습·소규모테마형교육여행·수련활동 운영 현황'에 따르면, 서울 지역 초등학교 605곳 가운데 1일형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한 학교는 2023년 598곳(98.8%)에서 2025년 309곳(51.1%)으로 감소했다. 2년 사이 절반 가까이가 운영을 중단한 셈이다.

사고 발생 시 학교와 교사가 져야 하는 법적·행정적 책임이 크게 늘었고, 안전 규제 강화와 복잡한 절차, 비용 상승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학여행은 교육 활동이라기보다 학교가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행사로 전락했다. 사고 발생하면 교사가 고의나 중과실이 없더라도 교사가 법적 분쟁과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는 사례가 늘면서 학교는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학생들이 다칠까 봐 가위를 쓰지 않고 미리 잘라둔 색종이만 붙이게 하는 미술 수업과 같다. 다치는 경험을 줄이는 대신 그 과정에서 필요한 발달의 기회도 함께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우려는 교사들 사이에서도 제기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학부모의 정당한 참여는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의 위임을 받아 수행하는 교육활동에서 발생한 위험은 교사 개인이 떠안지 않아야 한다"며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국가 책임 전담제' 도입을 촉구했다.

체육대회나 수학여행, 점심시간 축구와 같은 놀이는 또래와 관계를 맺고 함께 규칙을 만들어가는 '공동체 경험'으로 평가된다. 교육학과 발달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집단 속에서 서로 다른 가치와 생각을 조율하며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고, 협력과 갈등 해결 같은 사회적 기술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이는 교과서만으로 가르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또한 집단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은 학교 적응과 자존감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학교의 공동체 경험이 사라지는 것은 결국 계층 간 '놀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놀이마저도 학교 밖 사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함께 뛰어노는 경험이 줄어들수록 그 영향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 사설 스포츠 활동을 이용할 수 없는 아이들은 공동체 규칙을 배우고 에너지를 발산할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안전은 아이들의 활동을 멈추게 하는 이유가 아니라 더 잘 뛰게 하기 위한 조건이어야 한다. 사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놀 권리를 제한하기보다 안전을 전제로 아이들의 성장을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안전 교육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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