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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물류 노동자와 기업 간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공급망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직접 교섭 당사자가 아닌 편의점 점주 등 소상공인이 매출 감소와 운영 위기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교섭 범위를 둘러싼 해석이 확장되면서, 노조의 집단행동 양상이 변화하고 현장 혼선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법이 보호하려던 ‘을의 권익’이 다른 ‘을’에게 부담으로 전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전국 하청 노동 조직은 1011여 개, 14만6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교섭 범위 확대 움직임이 노동 현장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물류 현장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노란봉투법을 근거로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교섭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조직적 파업으로 번졌다.

화물연대 소속 CU 배송 기사들의 파업이 18일째 이어지면서 편의점 점주들의 피해도 빠르게 누적되고 있다. 물류센터 봉쇄와 배송 거부가 장기화되며 발주와 물품 공급 전반에 차질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CU 편의점에선 왜 요즘 삼각김밥·도시락 찾기 어려울까? : 물류 노사 갈등 장기화 따른 소상공인 매출 추락 심각 수준
서울시 서대문구의 한 편의점 매대가 군데 군데 비어있는 모습. 매대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물류공급이 원할하지 않다는 점을 안내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안수진 기자

22일 BGF리테일에 따르면 BGF로지스와 화물연대는 이날 상견례를 갖고 대화를 시작했지만, 현장 갈등이 장기간 이어진 만큼 물류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파악된다. BGF리테일 측은 다른 물류센터의 인력을 투입해 대체 물류 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물동량을 온전히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2~3천 점포 배송 차질, 공급망 마비 현실화

현장에서는 이미 공급망 붕괴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4개 물류센터가 봉쇄되면서, 이와 연결된 2천~3천 개 점포에서 배송 지연이나 미공급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사실상 공급이 끊긴 상태다. 

특히 간편식 생산 거점인 충북 진천 공장까지 봉쇄되면서 삼각김밥·도시락 등 핵심 상품 공급이 중단됐다. 수도권에서도 간편식이 들어오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며 점포 운영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점주들의 체감 피해는 훨씬 크다. 서울 송파구의 한 점주는 “물건 발주를 해도 결손 상품이 너무 많다”며 “매대를 채우지 못하는 날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점주는 “편의점은 신선 간편식이나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많은 공간인데, 매대가 비어 있으니까 손님들이 바로 다른 편의점으로 향한다”며 “근처에 경쟁 점포가 많아 고객 이탈이 빠르게 일어난다”고 토로했다.

◆ 매출 평균 10~30% 감소, 심한 곳은 40% 급감

피해는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이준현 CU편의점가맹연합회 사무국장은 “물류 지연이나 미공급을 경험하지 않은 점포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며 “서울은 10~30%, 남부 지역은 40% 가까운 매출 감소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의 하루 평균 매출이 170만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점포당 하루 17만~50만 원의 매출 공백이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에 배송 차질을 겪은 점포가 2천~3천 곳에 이르고, 파업이 2주 이상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손실 규모는 수억 원대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진주·광주 등 일부 지역은 2주 가까이 물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손실이 단순 매출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편의점은 매출을 본사에 먼저 송금한 뒤 다음 달 10일 정산을 받는 구조로, 매출 감소의 충격이 시차를 두고 한꺼번에 반영된다.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는 매출과 관계없이 매달 발생하는 반면, 정산금이 줄어들면 이를  감당할 현금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CU편의점가맹연합회에 따르면 통상 월 정산금이 800만 원 수준인 점포에서는 인건비로만 500만~600만 원 정도가 지출된다. 점주에게 남는 수익은 200만~300만 원 수준에 그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이 30~40% 감소할 경우 점주 수익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임대료와 인건비 지급에도 차질이 발생하는 등, 곧바로 현금흐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단기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점주들은 이번 사태가 연간 실적까지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편의점 매출의 60~70%가 5월부터 추석 전까지 여름 시즌에 집중되는데, 이 시기에 고객이 이탈하면 회복까지 평균 3~6개월이 걸린다. 

점주들은 이미 ‘올해 장사 망쳤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름 매출을 놓치면 한 해 전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점주들의 현실적 상황에 대입해보면 이러한 피해는 생존 위기로 직결된다. 

이준현 CU편의점가맹연합회 사무국장은 “점주들 통장에 500만 원 정도 여유자금을 갖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여름 성수기에 번 돈으로 겨울철 대출을 메우는 구조”라며 “이번 사태 영향이 다음 달 10일 정산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상황은 본격적으로 악화될 것, 그때부터는 임대료나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점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노조도, 본사도 아니다”, 책임 공백에 놓인 점주들

이처럼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조정할 공식 창구는 사실상 부재한 상태다. BGF리테일 측은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물류는 BGF로지스가 담당하고, BGF로지스는 다시 지역 운송사와 계약을 맺는 구조”라며 “운송 기사들과 직접적 계약 관계가 없어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물류 구조는 다단계 계약으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원청 책임과 교섭 주체를 둘러싼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BGF로지스가 물류센터와 계약을 맺고, 물류센터가 다시 지역 운송사와 계약을 체결한 뒤 개별 배송기사가 업무를 수행하는 형태다. 이로 인해 갈등은 해결되지 못한 채 현장에서 증폭되는 양상이다.

그 사이 점주들은 ‘사각지대’에 놓였다. 물류 노조와도, 본사와도 공식적 협상 채널이 없는 상태에서 피해만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소상공인을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창구가 제한적이다 보니 현장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매대가 텅 비어 있다”며 “매출은 떨어지는 데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제도 취지와 현실 간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도된 결과로 보기는 어렵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문제는 분명하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권익 확대는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취약한 주체의 권익이 함께 줄어든다면 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점주들의 인식에서도 확인된다. 이준현 CU편의점가맹연합회 사무국장은 “왜 올해는 파업이 더 강하고, 동시다발적으로 길어지는지 점주들 사이에서도 의문이 많다”며 “생존이 걸린 상황이다 보니 현장에서는 냉정한 판단보다 감정적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류 노조가 노란봉투법을 근거로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점주들은 이번 사태를 그 영향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정작 점주들은 어디에도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장 물류를 관리해본 경험이 있는 한 유통업계 관계자도 비슷한 지적을 내놨다. 그는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지만, 결과적으로 조직된 노동의 권익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조직되지 않은 소상공인의 피해가 발생하는 측면이 있다”며 “누군가의 권익이 올라가는 것은 좋지만 그 비용이 다른 취약 계층에게 전가된다면 공정한 구조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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