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안산갑 또는 하남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공천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민에 빠졌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거듭된 국회의원 재보궐 공천 요구에 더불어민주당이 고민에 빠졌다. ⓒ김용 페이스북
정치권에서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김 전 부원장의 재보궐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민주당의 지방선거 판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진단이 많다.
그러나 김 전 부원장이 공천되지 않을 경우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향한 당내 '반청'(반정청래)계 의원들과 지지층의 비판이 거세질 가능성 때문에 결단을 미루는 모습이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22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전략공천에 관해 "개별 선거구의 당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 인사에 대한 공천이 다른 선거에 영향을 나쁘게 미친다면 그건 선택할 수 없는 카드"라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이어 "종합적으로 살피고 있는 중인데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많지 않냐는 의견들이 좀 더 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1·2심 재판에서 모두 유죄(징역 5년·벌금 7천만원) 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이 2025년 8월 보석을 허가해 석방된 상태다.
이 때문에 김 전 부원장이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에 당선되더라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의원직이 상실돼 또다시 재보궐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김 전 부원장은 자신의 출마가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민주당 내부 주장을 반박하며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검찰의 '조작기소' 프레임으로 '사법리스크' 비판을 정면돌파 해야한다는 취지다.
김 전 부원장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민주당 당론으로 검찰을 잡자는 국정조사를 하고 있고 제가 최대 피해자인데 오히려 지방선거에서 이걸 강점으로 국민들한테 어필하는 게 민주당의 역할 아니겠느냐"라며 "제가 출마하는 게 (민주당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전 부원장은 경기 안산갑과 하남갑 가운데 한 곳에 공천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나타내며 지도부 결정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안산갑에 조금 더 마음이 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안산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김남국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을 두고 “지난번 전략공천을 받았기 때문에 또 받는 것은 특혜라는 얘기가 많이 있다”고 견제 메시지를 냈다. 김 전 비서관은 21대 총선 당시 당내 경선 없이 단수 공천을 받아 안산갑에 출마했는데 이번에 또다시 전략공천을 받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 관점에서 김 전 부원장이 검찰로부터 억울한 기소를 당했다 하더라도 대법원이 파기환송 결정을 내릴지 확신하기 어렵다. 더구나 민주당 소속인 양문석 전 의원의 귀책사유로 열리게 된 경기 안산갑 재보궐 선거에 김 전 부원장을 공천했다가 또다시 의원직을 상실하는 상황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크다.
김 전 부원장의 '공천'이 더욱 곤란한 이유는 민주당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공천했을 때 6·3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판세가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사법리스크를 해결하지 않은 채 김 전 부원장을 공천하는 건 자칫 '오만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또 민주당 지지층에게는 김 전 부원장의 출마 정당성을 설득시킬 수 있겠지만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이슈·정책·캠페인 등에 따라 선택이 흔들리는 '스윙보터' 표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 지지세가 강한 영남권까지 승리하겠단 목표를 갖고 있는데 김 전 부원장의 공천이 영남권 유권자들의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21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대구와 부산에는 민주당을 찍지 않을 명분을 찾고 있는 유권자가 많다"며 "김 전 부원장의 공천이 영남권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바라봤다.
국민의힘도 김 전 부원장의 출마를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 전 부원장이) 출판기념회를 열어 세를 과시하고, 특정 지역구 공천까지 요구하는 모습은 사법 절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안하무인의 극치"라며 "민주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물을 공천한다면 반드시 거센 역풍에 직면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 탑승한 여객선에서 열린 선상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김 전 부원장을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비판 여론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건태 의원과 친명(친이재명)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등은 김 전 부원장이 검찰의 조작기소 희생자이기 때문에 사법리스크를 이유로 공천을 하지 않는다는 건 부당하다고 강조한다.
만일 정 대표가 김 전 부원장을 공천하지 않으면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불발, ABC 논쟁 이후 잠잠했던 당내 갈등이 선거 직전에 다시 커질 수 있다. 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합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정 대표와 지도부는 김 전 부원장에 대한 결정을 최대한 뒤로 미뤄 당내 갈등이 표출되는 기간을 최소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이날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조작기소 피해자인데 대법원 선고가 날 때까지 김용은 아무것도 못 하고 정치인으로서 정치 생명을 그냥 정지된 상태로 있어야 하는 거냐? 그건 매우 부당하다"라며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김용의 출마를 저는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경남 통영 욕지도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선거의 핵심 전략은 국민 눈높이와 승리의 관점"이라며 "선거에 도움이 되면 하고, 도움이 되지 않으면 안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김 전 부원장의 김남국 전 비서관 특혜 발언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