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균 LS일렉트릭 대표이사 회장이 전력 시장의 '초 슈퍼사이클(대호황)'을 맞이해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낸다.
특히 구 회장은 인공지능(AI) 확산에 발맞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인프라 시장을 바라보고 LS일렉트릭의 투자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데이터센터 관련 산업의 성장성이 큰 만큼 이 시장에 뛰어들어 성장세를 더욱 키우려는 구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구자균 LS일렉트릭 대표이사 회장. ⓒLS일렉트릭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은 올해 분기마다 각 분기별로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우선 LS일렉트릭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3766억 원, 영업이익 1266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33.4%, 영업이익은 45.0% 늘어나면서 역대 1분기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쓴 것이다.
여기에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LS일렉트릭은 올해 2~3분기 각각 매출 1조4천억 원, 영업이익 1500억 원 이상, 4분기에는 매출 1조6천억 원, 영업이익 1600억 원가량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모두 각 분기별로 매출과 영업이익 최대치를 내는 수치들이다.
글로벌 전력 시장이 '초 슈퍼사이클' 구간에 진입했다는 구 회장의 평가가 숫자로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구 회장은 3월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금은 단순한 호황이 아니라 전력 인프라 산업의 구조 자체가 바뀌는 변곡점"이라며 "'초 슈퍼사이클' 시대의 주도권을 잡고 글로벌 1등 기업으로 퀀텀점프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LS일렉트릭의 1분기 전력사업의 주요 제품별 매출을 보면 배전반(전력을 분배하는 장비), 초고압변압기(전압을 바꾸는 장비), 중저압변압기 등 대부분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1분기 배전반 및 배전기기는 매출 6240억 원, 초고압·중저압 변압기는 매출 2374억 원을 거뒀는데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45.2%, 78.4% 뛴 것이다.
주요 제품의 수주잔고도 지속해서 늘면서 향후 실적 전망을 밝히고 있다. LS일렉트릭 수주잔고는 2024년 말 3조4477억 원에서 지난해 말 5조154억 원, 최근 1분기 말에는 5조6425억 원까지 상승했다. 수주에서 매출 반영까지의 리드타임이 상대적으로 긴 초고압변압기가 3조1024억 원, 리드타임이 짧은 배전반이 1조1697억 원 등을 기록하며 모든 제품군에서 증가세를 나타냈다.
1분기 실적 호조를 근거로 올해 LS일렉트릭의 성과를 향한 눈높이가 더욱 상향되는 흐름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까지 LS일렉트릭의 올해 실적 전망치는 매출 6조514억 원, 영업이익 6387억 원이었는데 실적발표 뒤 이날 분석보고서를 낸 증권사는 모두 기존 기대치보다 높은 올해 실적을 예측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LS일렉트릭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6조916억 원, 6481억 원으로 전망하면서 "LS일렉트릭은 1분기 인건비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음에도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며 "변압기 생산능력 확장, 배전반 수주 확대로 실적이 연중 지속해서 우상향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LS일렉트릭은 2022년만 하더라도 매출 3조3천억 원, 영업이익 1800억 원가량을 냈는데 본격적으로 전력기기 호황기를 맞이한 2023~2025년 연간 매출은 4조 원대, 영업이익은 4천억 원 초반까지 높아졌다. 올해 1분기 성적과 연간 전망치를 보면 올해 오히려 성장 폭이 더 커지는 것이다.
구 회장은 실적 성장에 머무르지 않고 시장을 주도하는 '압도적 플레이어'로 도약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구 회장이 정조준하고 있는 분야는 대표적으로 데이터센터 전력인프라 시장이 있다.
전력 시장이 대호황 국면에 진입하게 된 것은 기존의 호황 국면을 주도하던 송·변전 분야를 넘어 데이터센터 등의 확대에 따라 배전 분야까지 성장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최근 AI 시대를 맞이해 증가하고 있는 고도화한 초거대(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전력이 도달하는 송전 이외에도 데이터센터 안에서 필요한 곳에 정밀하게 전력을 나누는 배전 시스템의 비중과 중요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북미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대폭 확대되는 것을 겨냥해 구 회장은 LS일렉트릭의 글로벌 핵심 전략 시장으로 미국을 꼽고 있다. LS일렉트릭에 따르면 북미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은 지난해 158억 달러(약 23조5천억 원)에서 2031년 235억 달러(약 35조 원)으로 연평균 7%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 회장은 북미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중장기 투자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LS일렉트릭은 2030년까지 미국 유타주 아이언카운티 소재 배전반 제조 자회사 MCM엔지니어링II의 생산능력을 3배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달 미국 유타 주정부 산하 경제기관(유타내륙항만청)으로부터 최대 30%의 사업 확장 관련 세금 감면 인센티브를 승인받으면서 증설에 탄력이 붙기도 했다.
구 회장은 유타주 이외에 텍사스주에도 LS일렉트릭의 미국 사업기지를 마련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유타주에서 배전반 생산설비 증설을 통해 현지 생산기반을 강화하고 텍사스주 베스트럽 캠퍼스에서는 생산·기술·서비스를 통합해 두 곳을 양대 사업거점으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LS일렉트릭은 MCM엔지니어링II 증설 관련 1억6800만 달러(약 2500억 원)을 포함해 2030년까지 북미 전역에 모두 2억4천만 달러(약 3500억 원을) 투입한다.
구 회장은 12년 전부터 LS일렉트릭이 북미 배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필수 요건인 UL(보험협회 시험소) 인증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왔다. UL은 전기적 안전과 화재 위험을 평가해 제품의 안전성을 시험·인증하는 미국 비영리 시험기관으로 현지에서 전기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UL 인증을 필수적으로 획득해야 한다.
LS일렉트릭은 지금까지 배전반을 포함한 전력기기 UL 인증을 모두 300여 건 확보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북미 데이터센터 시장에 제때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LS일렉트릭은 가장 최근인 10일에도 북미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전력설비 공급계약을 1703억 원 규모로 따내는 등 올해 들어 빅테크 데이터센터 수주를 5천억 원 이상 확보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전력 인프라 전반의 수요가 확대하고 있으며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등 미래 전력 시장을 선도할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수주 확대 및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