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스티브 잡스에 이어 2011년부터 애플을 이끈 팀 쿡 CEO(최고경영자) 자리를 내려놓는다. 그 뒤를 잇는 것은 존 터너스 SVP(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로 오는 9월1일 CEO에 취임할 예정이다.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 ⓒEPA=연합뉴스
팀 쿡의 재임기간 동안 시가총액이 3500억 달러(약 515조 원)에서 4조달러(약 5887조 원)로 11배 이상 성장하며 글로버 최대 기업으로 성장한 애플. 이러한 상황에서 단행되는 리더십 교체가 애플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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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애플을 책임질 수 있는 ‘젊은 CEO’
미국 워싱턴DC의 애플 매장 로고. ⓒAFP=연합뉴스
존 터너스는 애플 디자인 조직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뒤, 2013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VP)으로 승진해 에어팟, 아이패드, 맥 등 주요 제품 개발을 총괄해왔다.
이후 2021년 SVP에 오르며 애플의 핵심 하드웨어 전략을 이끄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아이패드를 태블릿 시장의 핵심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내구성·신뢰성 개선과 소재 혁신, 탄소 배출 저감 등 하드웨어 설계 전반에서 기술 혁신을 이끌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의 강점으로는 ‘나이’가 꼽힌다. 터너스는 1975년생으로, 2026년 9월 CEO 취임 시점 기준 51세다. 이는 팀 쿡이 CEO로 취임했던 당시와 비슷한 연령대다. 유력한 후보였던 크레이그 페더리기가 60세 가까운 나이다. 터너스는 향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애플을 비롯해 구글, 메타, 오라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CEO 선임이 점차 일반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국내 기업 또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KBR경영연구소가 공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2025년 6월부터 연말까지 발표된 2026년도 신임 CEO 55명의 평균연령은 57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12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인사가 난 전년도 신임 CEO의 평균 연령인 59.8세와 비교하면 2.1세 낮아진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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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형 CEO에서 ‘테크형 CEO’로의 전환
M5 프로(Pro) 및 M5 맥스(Max) 칩. ⓒ애플
팀 쿡은 아이비엠(IBM)과 컴팩에서 오랜 기간 운영과 공급망을 담당한 뒤 1998년 애플에 합류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CEO에 오른 ‘운영·관리형 리더’다. 그는 조직 효율화, 공급망 혁신, 서비스 및 구독 사업 확대 등을 통해 애플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반면 존 터너스는 하드웨어 설계와 엔지니어링 현장에서 경력을 쌓아온 ‘기술 중심형 리더’다. 제품 완성도와 공학적 혁신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운영 중심의 팀 쿡과는 상반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주요 제품 전반의 하드웨어가 그의 손을 거쳐 갔으며, 특히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 실리콘 칩을 인텔 칩에서 자체 칩으로 이행시키는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기존 칩보다 최대 6배 빠른 AI 성능을 제공하는 M4/M5 칩 기반 맥 성능 혁신과 아이폰 라인업 다변화를 통해 애플 제품 경쟁력을 크게 강화시키기도 했다.
특히 최근 애플은 인공지능(AI) 시대 전환 속에서 생성형 AI 등 신기술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에선 AI 기능 확산으로 폼팩터와 인터페이스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한 손에 쥔 리더십이 더 중요해졌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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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내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안정형 리더십’
애플 CEO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팀 쿡. ⓒAP=연합뉴스
존 터너스는 최근 애플 역사상 가장 얇은 스마트폰으로 평가받는 ‘아이폰 에어’를 직접 소개하고 주요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차세대 리더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한 런던 애플스토어 출시 행사에도 직접 참석하는 등 대외 활동을 통해 리더십을 점차 확장해왔다.
그는 아이폰(48%), 맥(20%), 아이패드 및 웨어러블 제품(12%) 등 애플 매출 80%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하드웨어 제품군 개발을 총괄해왔으며, 최근에는 로봇 개발 조직과 제품 디자인, 마케팅 영역까지 관할 범위를 넓히며 사실상 핵심 의사결정자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존 터너스는 앞서 말했다시피 2001년 제품 디자인 팀으로 애플 입사 후 25년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현장에서 쌓은 '성골 애플맨'이기도 하다. 팀 쿡은 그에 대해 “엔지니어의 두뇌와 혁신가의 영혼, 그리고 정직과 명예를 바탕으로 회사를 이끌 인물”이라는 평가하기도 했다.
그만큼 존 터너스는 기술 전문성과 조직 내 신뢰를 동시에 갖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CEO 교체는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애플의 방향성 전환을 상징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