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철 농심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이후 첫 해외 법인 설립으로 해외영업 역량 증명에 나선다.
조용철 사장이 도전하는 곳은 경쟁사인 팔도의 '도시락'이 독점하고 있는 러시아 라면 시장이다. 농심은 후발주자로서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워 중저가 라면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 라면 시장의 틈새를 공략한다. 산재한 리스크 속에서 '해외영업 전문가'로 통하는 조용철 사장이 능력을 입증할 기회를 잡게 됐다는 평가다.
12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해외영업 전문가' 조용철 농심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농심 해외 법인을 러시아 모스크바에 설립한다. 사진은 조용철 사장의 모습.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12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조용철 사장이 설립할 농심 러시아 모스크바 판매 법인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경쟁사인 팔도의 '도시락'이다.
러시아의 결제 단말기 기업인 에보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비체인 소매점 기준으로 즉석 라면 시장 점유율 1위는 팔도가 차지했다. 팔도는 점유율 54%로 2위인 현지 라면 브랜드 롤턴을 33%포인트 앞섰다. 3위는 '불닭볶음면 붐'을 앞세운 삼양식품(9%)이 3위로 점유율 확보에 나서고 있다.
팔도의 도시락은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러시아에 진출해 한때는 시장 점유율 60%를 돌파하며 즉석 라면을 일컫는 보통명사로까지 정착했다. 특히 2026년 4월 기준 60~70루블(약 1150~135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과 보관 편의성, 다양한 응용 요리로 인기를 끌었다.
러시아 대표 이커머스 업체 오존에 팔도 '도시락'이 판매되고 있다. ⓒ 오존
농심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팔도 도시락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의 틈새를 노린다. 농심은 200루블(약 3800원) 이상의 프리미엄 시장을 적극 공략해 성과를 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농심은 러시아 라면 시장의 구매력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25년 러시아의 한국 라면 수입액이 2024년보다 58% 증가한 5200만 달러에 이르면서 프리미엄 라면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하는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러시아 라면 시장의 방향성이 점차 프리미엄 라인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농심은 충분히 러시아 라면 시장에 진출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심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리스크에도 선을 그었다.
라면을 러시아에서 현지 생산하는 팔도는 전쟁이 발발한 2022년 한 해에만 팔도 도시락 가격을 연초 28루블(약 535원)에서 11월 100루블(약 1910원)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농심은 올해 하반기 완공 예정인 부산의 '녹산 수출전용 공장'을 통해 러시아 라면 물량을 공급할 예정으로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수급 리스크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용철 농심 대표이사 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2025년 11월 농심은 아이돌 그룹 '에스파(aespa)'를 신라면 최초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했다. ⓒ 농심
한편 조 사장은 삼성물산에서 글로벌 마케팅실·동남아시아 총괄 마케팅 팀장·태국 법인장 등을 거친 해외 영업 전문가다. 그는 2019년 12월 농심 마케팅부문장 전무로 합류해 영업부문장을 거쳐 2025년 11월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조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격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실질적 성과를 거두어야 할 때다"며 "하반기 예정된 부산 녹산 수출전용공장 완공을 발판 삼아 수출 활성화에도 빈틈없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해외 역량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