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제약 창업주인 이행명 회장이 최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 자리에 앉혔고, 지분도 상당 부분 공익재단과 자녀에게 넘겼다.
이행명 회장은 소유와 경영 분리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본인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이를 위한 계획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딸과 관련된 특수관계자 거래가 지속되고 있는 점은 이 회장의 원칙과 충돌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이행명 회장이 오는 5월8일 두 딸과 장학재단에 지분을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이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742만8천주 가운데 10만 주를 명인다문화장학재단에, 63만 주는 장녀인 이선영씨(1977년생)에게, 33만 주는 차녀인 이자영씨(1981년생)에게 각각 증여하기로 했다.
증여가 예정대로 이뤄지면 이 회장의 지분율은 현 50.88%에서 43.62%로 낮아진다. 반면 이선영씨의 지분율은 7.74%에서 12.05%로, 이자영씨의 지분율은 8.01%에서 10.27%로 각각 높아진다. 명인다문화장학재단의 지분율도 현 3.42%에서 4.11%로 오른다.
이번 지분율 변경은 오너 일가 내부의 변동이어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73.80%)에는 변화가 없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달 26일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회장은 1985년 창업 이후 줄곧 대표이사를 맡아 왔다. 명인제약은 전문경영인인 이관순·차봉권 두 사람을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했다.
◆ 이행명, 2선 후퇴하며 소유·경영 분리 지배구조 실현 착수
이행명 회장은 이전부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지배구조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예컨대 지난해 9월 코스피 상장(2025년 10월1일)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4년 이내에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면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할 것”이라며 “기업경영은 반드시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2022년 정관 변경을 통해 대표이사 임기를 기본 2년에 최대 4년의 중임으로 한정하도록 규정했다. 스스로 임기를 2026년까지로 제한한 것이다.
이사회 등 회사의 지배구조도 오너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도록 정비했다. 우선 명인제약의 이사회에는 이 회장 이외에는 오너 일가가 포함돼 있지 않다. 이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2027년 종료되면 이사회는 오너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명인제약 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수가 3명으로 같아 사외이사가 내부 경영인들과 같은 수준의 영향력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아울러 이사회 내에는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지속가능경영위원회가 설치돼 있고, 이들 위원회는 모두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다.
회사의 실적도 안정적이다. 명인제약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정신신경용제(CNS) 분야에서 국내 1위 회사로, 이 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탄탄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2025년 연결기준 매출액 2873억 원, 영업이익 925억 원, 당기순이익 814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32.20%에 달했다.
다만 진정한 소유·경영 분리를 실현하기 위해선 오너와 분리된 상태에서 전문경영인을 선정하는 별도의 기구나 시스템이 마련돼야만 한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현재의 구조에선 전문경영인 발탁에 오너경영인의 의중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 두 딸 소유 회사, 명인제약에게서 수십억원대 임대수익
명인제약 지배구조의 변수는 두 딸의 존재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소유·경영 분리를 선언한 만큼 두 딸인 이선영씨와 이자영씨가 명인제약 이사회에 재진입하거나 경영권을 노릴 확률은 크지 않다고 본다. 두 사람은 과거 명인제약에서 사내이사로 일한 적이 있다.
다만 현재 두 딸과 재단이 26%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 회장 지분을 수증 또는 상속하는 경우 지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경영인 대표를 세운다고 하더라도 오너 일가의 개입을 차단하는 추가적인 장치가 없다면 두 사람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는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거래 문제도 계속 제기된다. 명인제약의 특수관계자인 메디커뮤니케이션이라는 회사가 주인공으로, 이 회사는 이선영씨가 52%, 이자영씨가 48%의 지분을 가진 가족회사다.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는데, 서울 서초구 소재 명인제약 본사 건물인 명인타워 지분 52%를 보유하고 있다.
메디커뮤니케이션은 명인제약과 명애드컴을 통해 매출의 약 30%를 얻고 있다. 2025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메디커뮤니케이션은 명인제약과 명애드컴으로부터 각각 23억5380만 원, 3억3580만 원의 임대수익을 얻었다. 명애드컴은 명인제약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광고 사업을 한다.
메디커뮤니케이션은 2015년 명인타워를 938억 원에 인수했는데, 당시 명인제약이 238억 원 규모의 지급보증과 55억 원의 부동산 담보를 제공했다. 명인제약은 2016년 명인타워 지분을 475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메디커뮤니케이션은 2019년 명인제약이 명애드컴을 설립하기 전까지 명인제약의 광고 수주도 전담해 왔다. 2018년에만 광고선전 매출로 38억 원을 거뒀다.
이선영씨와 이자영씨는 메디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배당도 받고 있다. 지난달에도 2025년도 결산배당으로 총 40억 원을 받았다.
요컨대 이행명 회장이 소유·경영 분리의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강조하면서, 회사의 수익 일부가 딸들에게 흘러가는 구조를 갖춰 놓은 것은 서로 모순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허프포스트는 메디커뮤니케이션 관련 내부거래에 대한 입장을 묻고자 명인제약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