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안 굽는 베이커리'인 대형 카페들이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가 제도 전면 손질에 나섰다. 상속세 절감을 위한 '업종 위장'과 '부동산 끼워넣기' 등 편법 사례를 차단하기 위해 공제 대상 업종을 대폭 축소하고 실제 영위 여부를 엄격히 따치겠다는 것이다.
가업상속공제는 1997년 도입된 제도로, 중소기업과 매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상속세 부담을 낮춰주는 장치다. 경영 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도록 확대돼 왔다. 본래 취지는 기업의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다음 세대로 안정적으로 이전하고, 고용과 산업 기반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그러나 제도 취지와 달리 절세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조세 형평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재명 대통령이(가운데)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7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세법 개정안에는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선 방안이 반영된다. 가업을 물려받을 경우 상속세를 공제해주는 현행 제도에서 적용 업종을 줄이고, 실제 해당 업종에 종사하지 않는 경우는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세청이 최근 수도권 일대 대형 베이커리 카페 25곳을 점검한 결과, 공제 남용 소지가 확인된 카페는 절반 가까이되는 11곳으로 확인됐다. 실제로는 제빵시설조차 없는 일반 카페는 7곳이나 됐다. 제과점은 공제 대상이지만 커피 전문점은 제외된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러한 사례를 두고 "공제 지원 타당성이 낮은 업종은 과감하게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며 "베이커리 카페의 경우 빵을 제조하지 않는다면 제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과 무관한 공간을 공제 대상에 포함시켜 혜택을 부풀린 사례도 확인됐다. 베이커리 카페뿐 아니라 사설 주차장 일부 사업자는 실제 운영은 자녀가 맡으면서 명의만 부모로 유지하거나, 사업과 관련 없는 부동산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공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 자체의 구조적 문제도 드러났다. 국세청은 기술 이전과 거리가 멀고 부동산 비중이 높은 주차장업을 대표적인 문제 업종으로 지목했다. 실제 수도권 자가 사설 주차장 1321곳 가운데 절반 이상(761곳)이 2020년 이후 개업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주차장업이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포함된 시점과 맞물리며 ‘상속 절세용 창업’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두고 "가업이란 조상 대대로 쭉 해오던 것을 자식에게 안 물려주면 폐업하는 건데, 업자의 자녀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다른 사람이 할 거라면 세금을 깎아주면 안되는 것 아니냐"며 "공제 대상을 확실하게 줄이고 정말 필요한 곳을 콕 집어서 지원하고, 일반 시민들이 공제대상을 심의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제 대상 업종을 대폭 정비한다. 베이커리 카페의 경우 실제로 빵을 제조하지 않으면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음식점업 역시 제조 기능이 없는 경우 배제한다. 주차장업은 우선 제외 대상이다.
또 토지를 활용한 과도한 공제를 막기 위해 공제 적용 토지 범위를 축소하고, 면적당 공제 한도도 설정할 계획이다. 피상속인의 최소 경영 기간(10년)과 사후관리 기간(5년) 역시 강화하고, 실제 경영 여부를 증빙자료 제출과 정기 점검을 통해 확인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달리 ‘절세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를 걸러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질적 가업 승계 지원 중심으로 제도를 재정비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