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하늘에서 ‘검은 눈물’이 쏟아졌다. 발단은 지난 3월 7일 밤, 테헤란과 알보르즈 지역을 강타한 대규모 공습이었다. 미군과 이스라엘군의 합동 공격으로 폭발한 정유 시설과 연료 저장고에서 시커먼 매연이 뿜어져 나왔고, 이것이 상공의 비구름과 뒤섞여 유독성 검은 산성비로 변해 지상을 덮쳤다. 갑작스러운 검은 비를 맞은 시민들은 극심한 안구 통증과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2026년 3월8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 남동부 산업 지역에서 짙은 검은 연기 기둥이 치솟고 있다. ⓒAP/UPI/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 검은 비는 피부에 닿으면 화학적 화상을 입히고 호흡 시 급성 폐 손상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독성을 띠고 있다. 이란 당국은 전 국민 실내 대피령을 내렸지만, 파괴된 시설에서 유출된 유해 물질은 이미 지하수와 강으로 스며들어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생태계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연료 저장 탱크 공습 이후 ‘검은 비’가 내렸고, 이로 인해 발생한 검은 그을음이 2026년 3월10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포착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수자원 파산, '데이 제로'의 공포
이제는 생존의 근간인 물마저 전쟁의 잔인한 무기가 됐다. 세계자원연구소(WRI)의 분석에 따르면, 이란은 이미 60년 관측 사상 유례없는 6년 연속 가뭄을 겪으며 국가 전체가 사실상 ‘수자원 파산’ 선고를 받았다. 테헤란의 생명줄인 카라지 댐의 저수율은 겨우 1%대다. 사실상 바닥을 드러낸 고사 상태나 다름없다.
여기에 공습으로 전력망까지 처참히 파괴되자 마지막 보루였던 지하수 펌프마저 멈춰 섰다. 1500만 테헤란 시민들의 수돗물이 완전히 끊기는 이른바 '데이 제로(Day Zero)'의 공포가 실체가 되어 눈앞에 닥친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국가 수자원의 90%를 지탱해온 이란 농업 기반이 무너지면, 간신히 버텨온 83%의 식량 자급 체계가 단숨에 붕괴해 감당하기 어려운 인도적 대재앙이 몰아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건 체계의 소멸과 '예방 가능한 죽음' 속출
의료진들이 2026년 4월6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병원 밖에서 미국-이스라엘 군사 작전에 반대하는 정부 주도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보건 의료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나 다름없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과 이란 적신월사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334곳의 의료시설이 파괴됐다.
특히 이란 감염병 대응의 핵심 기관인 파스퇴르 연구소는 3월 중순 공습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어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 이로 인해 국가 공공 보건 체계는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헤란 내 델라람 시나 정신병원과 주요 제약사인 토피그 다루 등도 공습을 피하지 못해 의약품 생산과 의료 체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영유아 예방 접종은 전면 중단됐고, 물류망 마비로 수술용 산소와 항생제는 바닥을 드러냈다. 비상 발전기 연료 부족으로 수술 도중 인공호흡기가 멈추고, 혈액 보관소 폭격으로 부상자들이 수혈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이른바 '예방 가능한 죽음'이 속출하며 보건 현장의 비극이 극에 달하고 있다.
미국 소재 인권운동가단통신(HRANA) 2026년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 시작 이후 지난 6일(이란 현지시간)까지 어린이 최소 248명을 포함한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 1665명이라고 추산했다. 지금까지 의료계 종사자 24명이 목숨을 잃었고 300곳 이상의 치료센터, 병원, 응급실이 공격받았다. 가장 어린 부상자는 생후 한 달 된 남자아이였고, 가장 나이 많은 부상자는 100세 남성이었다. 부상을 당한 의료진은 117명에 달하며, 그중 77명은 근무 중 부상을 입은 응급 구조대원이었다.
320만 명의 이재민과 '방사능 재앙'의 공포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2026년 3월8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 남동부 산업 지역에서 짙은 검은 연기 기둥이 치솟고 있다. ⓒUPI/연합뉴스
전쟁의 포화를 피해 집을 잃은 국내 이재민 수도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 UNHCR(유엔난민기구)는 지난달 12일 이란 내에서 약 60만~100만 가구, 인구수로 따지면 최대 320만 명이 집을 떠나 임시 대피 중인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지난 2일(현지시간) 기준으로 국경을 넘은 난민만 85만 명에 육박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지난 2일 이란의 상황을 언급하며 "시리아 내전보다 훨씬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지난달 17일부터 4월 초까지 이란 남부 부셰르 원전 인근에 가해진 네 차례의 공격이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 6일(현지시각) 원전 경계선에서 불과 75m 떨어진 지점까지 폭격이 가해진 상황을 언급하며 "가장 붉은 선(Reddest Line)을 넘으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가동 중인 원전이 타격받을 경우 체르노빌보다 처참한 방사능 재앙이 닥칠 수 있으며, 인근 바닷물까지 방사능에 오염되면 페르시아만 연안 중동 국가 모두의 해수 담수화 시설이 마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칫 중동 지역 전반에 담수화 마미로 거주 불가능한 상태에 빠지는 대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법을 넘어선 '민간인 인질극'과 이란 국민의 '이중 감옥'
한 이란 여성이 2026년 4월6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병원에서 열린 미국·이스라엘의 의료시설 공격 규탄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내일(7일)은 이란에게 '발전소의 날'이자 '다리의 날'이 될 것"이라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댐을 포함한 모든 생존 인프라가 다음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민간인의 생존 인프라를 정밀 타격해 항복을 강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는 이미 국제법이 규정한 전쟁범죄의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비판이 거세다.
현재 이란 시민들은 외부로부터는 미국의 무차별 폭격을, 내부로부터는 자국 정권의 가혹한 탄압을 견뎌내야 하는 이중 감옥에 갇혀 신음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전쟁의 혼란을 틈타 외부와의 유일한 소통 창구인 인터넷을 1% 수준으로 철저히 봉쇄했다. 그 암흑 속에서 복장 규제에 저항하는 여성들과 반정부 인사들을 향한 임의 체포와 초법적 사형이 횡행하며, 공포를 동력 삼은 극단적인 내부 통제가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군사 행동은 민간인의 생명을 볼모로 잡은 잔혹한 인질극이자 인류 보편의 가치를 저버린 전쟁범죄라는 역사적 지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