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경영 역량이 집약된 태양광 사업이 업황 부진과 재무 부담이라는 이중고 속 중대한 기로에 섰다. 방산과 조선 부문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한화솔루션이 재무 안정성 및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시점으로 평가된다.
시장의 냉랭한 시선을 뚫고 태양광 사업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한화솔루션의 신속한 흑자 전환을 통한 기초체력 증명과 함께 모회사 한화의 실질적 재무 지원책이라는 두 가지 해법을 동시에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한화솔루션
◆ 금감원도 공식 등판,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결의 이후 막전막후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의 2조4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엄중히 살피며 투자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어느 때보다 면밀하게 사안을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화솔루션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조달한 자금의 60%가 넘는 1조5천억 원가량을 채무 상환에 사용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일부 투자자들은 소액주주연대 '액트'를 통해 집단행동을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은 애초에도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를 놓고 중점심사에 나서기로 했었다. 그러나 정원영 한화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3일 개최된 일반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금감원과 사전에 소통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금감원의 시선이 더욱 매서워진 상황이다.
이를 놓고 금감원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공식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한화솔루션에 강력한 소명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후 투자자들에게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면밀히 심사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한화솔루션 곧바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설명이었다며 사과했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의 실수이지 회사의 입장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공식적으로 개최한 설명회에서 회사의 곳간을 책임지는 CFO의 발언을 개인의 실수로 덮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감원은 소명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까지도 검토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26일 이사회를 거쳐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직후 주가 급락을 포함해 시장의 반발이 커지자 오너경영인인 김 부회장을 포함한 경영진과 사외이사까지 한화솔루션 주식 매입을 결정하고 개인주주 간담회 열며 '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열흘이 지난 현재 불씨가 오히려 커진 모양새다.
◆ 방산도 조선도 잘나가는데, 태양광 흑자전환으로 주주 마음 달랠까
한화그룹의 다른 핵심 축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 방산 부문과 한화오션의 조선 부문은 미래 가치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뿐 아니라 당장의 실적 성과도 우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풍산의 탄약사업부 매각을 위한 비공개 입찰에 참여해 최종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풍산 탄약사업부를 품에 안으면 탄약 생산부터 직접 영위하는 주력 무기체계의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다. 시장에서는 풍산 탄약사업부 몸값을 1조5천억 원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외형 확장에 고삐를 늦추지 않는 셈이다.
한화오션도 연간 매출 기준 3년치 이상의 풍부한 수주잔고와 함께 해외 조선소 인수 또는 지분 투자로 글로벌 거점 확대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한화오션을 포함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연결기준 실적은 최근 3년 동안 매출 7조 원, 영업이익 6천억 원에서 각각 26조 원, 3조 원으로 급증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매출 30조 원, 영업이익 4조 원대의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솔루션과 태양광 사업은 글로벌 업황 악화로 고생하며 앞선 계열사들과는 대조적 실적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한화솔루션 최근 2년 연속으로 연간 3천억 원대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기초소재(석유화학) 부문이 꾸준히 부진한 데다 태양광 사업을 포함하는 신재생에너지 부문까지 매년 1천억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한화솔루션은 올해 1분기부터 태양광 사업에서 흑자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면서 유상증자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1조5천억 원에 이르는 채무 상환뿐 아니라 9천억 원 규모의 미래기술 투자는 견고한 실적이 더해져야 그 효과가 일회성에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당장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부문 영업손실의 주요 요인인 미국 달튼 및 카터스빌 모듈 공장의 문제가 해소된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공장은 지난해 4분기 셀 수입 과정의 통관 절차 지연 탓에 정상 가동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 문제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해결됐기 때문이다.
또 설비 문제로 상업가동이 미뤄졌던 카터스빌 셀 공장도 발주를 진행하며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해 실적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올해 1분기부터 수백억 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2년 동안 보유 지분·자산 매각 및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으로 이미 2조3437억 원을 조달해 추가 자구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 도달했다. 2030년까지 추가 유상증자가 없을 것이라는 공언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실적 회복이 필수인 셈이다.
◆ 모회사 한화는 책임경영으로, 녹록지 않아도 '김동관의 태양광 살리기' 배수진
한화솔루션의 최대주주(지분율 36.31%) 한화는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만큼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부회장이 한화그룹에서 오너3세로서 가장 오랫동안 직접 경영에 매진해 키워온 사업이 바로 태양광이다. 2010년 한화 비서실에 입사한 김 부회장은 2011년 그룹 태양광 사업의 모태가 된 한화솔라원에 적을 둔 뒤 지금까지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이끌고 있다.
최근 한화그룹의 다른 사업들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태양광 사업의 성패야 말로 후계자인 김 부회장의 역량을 보여주는 가늠자로 평가된다. 한화로서도 포기할 수 없는 계열사가 한화솔루션인 셈이다.
한화는 이번 유상증자에 지분율의 100%로 참여하고 보유한 지분을 넘어 실권주까지 포함해 최대 120%의 초과청약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자회사 수혈을 위해 최소 8천억 원의 자금이 필요한 수준이다. 다만 한화 자체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실제로 한화가 '책임경영 수준'을 어디까지 높일 수 있을지 시장의 평가대 위에 오른 모양새다.
지난해 말 한화는 별도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쳐도 그 규모가 1303억 원에 그친다. 1년 전 1868억 원보다 565억 원 축소되면서 오히려 현금동원력이 줄어든 상황이다.
게다가 7월1일을 기일로 신설되는 지주사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 출범 이후에는 부채비율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라이프(유통) 및 테크(반도체·로봇) 부문 계열사를 신설 지주사 아래로 두는 인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순자산 8천억 원가량이 분할 신설회사로 이전돼 한화 별도기준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210%에서 분할 뒤 300% 초반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한화솔루션의 채무 상환을 위해 대주주인 한화가 추가 부채를 지고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실질적 경영개선보다는 단순한 재무적 수혈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화의 자금 확보 방안이 자산 유동화에 무게가 실리는 까닭이다.
이에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타법인 지분, 특히 고려아연 지분 1.28%(23만8358주)의 처리에 시선이 몰린다. 한화 사업보고서 타법인출자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고려아연의 지분 장부가액(3137억 원)은 한화가 일반투자 목적으로 확보한 지분 가운데 가장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지분은 직전 거래일인 3일 종가 기준으로는 3537억 원 규모로 한화가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절반가량을 빠르게 확보할 수단으로 평가된다.
한화솔루션은 "한화의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해 신용평가업계에서 보유자산 매각, 채권 유동화 등으로 대응해 재무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며 "앞으로 4년 동안 13조8천억 원 규모의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해 재무구조 개선, 기업운영 및 투자 지출, 주주 환원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