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 메타에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5천억 원 넘는 벌금을 때렸다.
메타는 즉각 항소의사를 밝혔지만, 이번 판결은 유튜브와 X(옛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 빅테크 전체에 법적 공세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 AI 이미지.
25일 AP통신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뉴멕시코주 소재 1심 주법원 배심원단은 24일(현지시각) 메타가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며,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주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3억7500만 달러(약 5614억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평결했다.
특히 배심원단은 메타가 플랫폼 안에서 아동 성착취 위험성과 정신건강을 향한 부정적 영향을 알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이익을 우선했다는 주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번 판결에 따라 메타가 받는 재무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2025년 연간 매출 2009억6600만 달러, 순이익 604억5800만 달러를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벌금은 메타의 연간 순이익의 0.6%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 법조계에서는 '금액보다 판례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소송이 대규모 집단 소송의 서막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이번 소송을 두고 법률전문가들이 담배소송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으며, 소셜미디어 플랫폼도 과거 담배제조사들처럼 비슷한 줄배상의 굴레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메타는 이번 판결을 두고 성명을 내고 "메타는 플랫폼 이용자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평결 결과에 동의하지 않으며 항소할 것이다"고 밝혔다.
유튜브와 X 등 다른 SNS 플랫폼도 대규모 소송 리스크 안아
메타와 관련된 이번 뉴멕시코 법원의 판결과 별개로, 미국 캘리포니아 LA 카운티 법원에서는 'KGM 소송'이라고 불리는 또다른 'SNS 재판'이 진행 중이다. KGM은 SNS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의 이니셜이다.
'KGM 소송'은 19세 여성 KGM이 메타와 유튜브(구글)를 상대로,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중독적 설계가 아동의 우울증 및 자살·자해 충동을 유발했다고 주장하면서 제기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자동재생, 무한스크롤, 알고리즘 추천 등 SNS의 설계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미국 CNN은 "KGM 소송의 결과가 비슷한 1000건 이상의 아동 청소년 피해 주장 소송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X(옛 트위터)는 KGM 사건의 직접 피고는 아니지만 수십개 주 검찰총장이 제기한 주 단위 소송에 포함돼 있어 뉴멕시코 법원의 판결과 KGM 소송의 결과에 영향을 받을 소지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X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에게 인수된 뒤 콘텐츠 안전 및 윤리 담당 인력을 대폭 줄였다는 점에서 법적 취약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SNS 플랫폼인 틱톡과 스냅챗은 KGM 사건에서 '비공개 합의'로 재판을 피해갔다. 스냅챗은 올해 1월20일, 틱톡은 1월27일 합의했으며 합의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 합의는 KGM 사건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이후 다른 소송에 얽힐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