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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대구에서 국회의원으로서 더불어민주당 깃발을 꽂았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6월 지방선거를 맞아 대구시장 선거에 등판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그의 정치적 무게감과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 국민의힘의 혼란 등이 겹쳐 실제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총리가 당선된다면 그는 단박에 대선 주자급으로 체급이 올라갈 뿐 아니라, 그 자체로 현대 정치사의 ‘일대 사건’이 될 것이 분명하다.

대구시장 출마 '초읽기' 김부겸, TK 보수 텃밭에 처음으로 균열 낼까
김부겸 전 국무총리(사진)가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부겸 페이스북

24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3월 안에 대구시장 출마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김 전 총리의 결단을 촉구했다.

허소 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은 23일 YTN라디오 뉴스정면승부에서 “당과 민심의 부름을 받고 나오는 과정에서 본인의 생각을 더 명료하게 구상할 필요성과 함께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을 놓고 여러 논란이 빚어지고 있어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발표하지 않을까 싶다”며 김 전 총리가 오는 3월31일쯤에 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민주당이 김 전 총리에게 험지 출마를 요청한 배경에는 대구시장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중량급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정치인 가운데 대구시장 후보로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만한 인물은 사실상 김 전 총리가 유일하다. 김 전 총리는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62.30%를 득표하며 당선된 바 있다.

또한 대구·경북 통합이나 대구 신공항 건설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 전 총리의 행정 경험과 중앙 네트워크가 지역 발전에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3일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총리님만이 낙후된 대구의 발전을 이끌어갈 확실한 필승 카드”라며 “대구·경북의 도약을 실제로 끌어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로 나타난 대구 민심도 심상치 않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를 크게 앞서고 있는 데다 국민의힘의 대구시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 발생한 내홍이 민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주당이 김 전 총리를 앞세운다면 대구시장도 노려볼 만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대구시장 출마 '초읽기' 김부겸, TK 보수 텃밭에 처음으로 균열 낼까
대구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최은석(맨왼쪽부터), 추경호, 주호영, 윤재옥,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장동혁 대표와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알앤써치가 지난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대구시장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던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과의 가상 1:1 대결에서 김 전 총리는 39.5%를 지지를 얻어 이 전 위원장(42.7%)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특히 다자 구도에서는 김 전 총리가 32.8%의 지지로 이 전 방통위원장(28.2%),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9.5%),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9.0%),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4.7%),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3.0%) 등 다른 야권 후보들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공천 갈등으로 보수층이 이탈하거나 무소속 출마 변수가 발생할 경우 여당 후보로서 안정감을 갖춘 김 전 총리에게 민심이 쏠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원로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23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지금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다”며 “예컨대 주호영 무소속 후보, 국민의힘 후보 그 다음에 김부겸 이 세 사람이 대구시장 후보가 된다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총리의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공관위로부터 컷오프 결정을 받은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등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적은 데다 추경호, 윤재옥 의원 등 다른 후보들도 중진의원으로서 대구에 뿌리가 깊다.

친윤(친윤석열)계 성향의 서정욱 변호사는 23일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에서 “김부겸과 1대1 대결에서는 추경호나 윤재옥이 더 낫다는 점이 이진숙 후보 컷오프의 큰 원인 중 하나”라며 “만약 이진숙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후보가 됐다면 주호영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추경호 의원이나 윤재옥 의원이 후보가 된다면 주 의원도 무소속으로 못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 듯 김 전 총리 측도 승리 가능성을 높이고 출마 명분을 더욱 확고히 다지기 위해 정부와 여당 차원의 정책적 선물 보따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구 시민들에게 확실한 개발 이익과 예산 지원을 약속할 수 있는 명분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전 총리는 23일 연합뉴스에 “당에서 (나에게) 결단만 촉구하기보다 먼저 대구 발전을 위한 비전과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대구가 이러이러한 걸로 낙후가 됐는데 획기적으로 발전을 해보자. 그런 역할을 내가 하겠다라고 하려면 당이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정책적인 내용들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가 대구시장에 출마한다면 한동안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그의 정치적 입지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만약 대구시장에 당선된다면 김 전 총리는 ‘민주화 이후 최초의 민주당 소속 대구시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으로 단박에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설령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김 전 총리의 등판 자체가 대구 지역 기초의원 및 광역의원 선거에 강력한 ‘낙수 효과’를 줌으로써 지역 기반을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해 험지에서 당을 위해 헌신했다는 높은 평가를 받을 공산이 크다. 김 전 총리가 향후 정국에서 여권의 중요 정치인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되는 것이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알앤써치가 대구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8일과 19일 대구시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81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100%)·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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