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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개인의 '연봉'은 곧 그가 창출하는 생산성을 대변하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생산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압도적 수치의 차이를 마주하곤 한다. 

2025년 기준, 재계 연봉 1위에 오른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수는 약 248억 원이다. 주 40시간 근무 기준, 시급으로 환산하면 김 회장의 시급은 약 989만 원이다. 2025년 최저임금이 1만 30원이었으니, 계산하기 쉽게 1만 원으로 치면 김 회장은 최저시급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노동자보다 시간 당 989배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허프 생각] 천문학적 재벌 오너 연봉과 노동자의 비극, 대한민국 재벌 총수 '왕관의 무게'는 어디있나
(왼쪽부터) 한화그룹, CJ그룹, 현대차그룹 로고 이미지.

과연 김승연 회장 개인의 물리적 노동력이나 지적 생산성이 아르바이트생보다 989배 뛰어난 것일까. 산술적 비교는 의미 없을지 모른다. 큰 맥락에서 김 회장, 나아가 수많은 재벌 회장님들이 최저임금 노동자의 수백 배, 수천 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는 것을 우리 사회가 용인하는 이유는 하나다. 그들이 '그룹 전체를 이끌어가는 최종 책임자'의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기업 집단 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 성공과 실패,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에 대한 궁극적 책임은 결국 그 그룹의 총수에게 향한다. 그 수많은 일들에 하나하나 직접 개입했든 하지 않았든, 수백억 원의 보수는 그 '책임의 크기'를 담보로 할 때 비로소 정당성을 얻는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들은 그 막대한 보수만큼의 책임을 보이고 있는가. 

2026년이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금, 한화오션에코텍 사업장에서는 벌써 두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 한화오션 및 계열사 사업장에서 집계된 인명사고는 모두 세 건이다. 3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한 명의 목숨은 그 사람에게는 하나의 세계다. 3개월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 세 개의 '세계'가 한화그룹 안에서 바스라진 것이다.

비극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2025년에도 플랫폼이 붕괴해 외국인 감독관이 바다로 추락해 사망했고, 천장 크레인으로 인양하던 구조물이 넘어져 노동자를 덮치는 참혹한 사고가 있었다. 모두 한화오션 및 계열사 사업장에서 발생한 일이다. 

현장에서 인명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그룹의 최종 책임자인 김승연 회장은 이 죽음들에 대해 어떠한 직접적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관행처럼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안전 시계는 멈춰 있고 비극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룹 총수들에게 보수를 깎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정점에 서 있는 그들에게, 자신이 받는 '989배의 보수'에 걸맞은 989배의 사회적·도덕적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최저시급 노동자의 989배에 이르는 막대한 연봉은 그들이 책임지고 있는 집단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기꺼이 감내하겠다는 서약이자,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989배 더 촘촘하고 견고한 안전망을 구축하라는 사회적 명령의 결과물이다.

"왕관을 쓴 자의 머리는 편안하게 쉴 수 없다(Uneasy lies the head that wears a crown)."

셰익스피어의 사극 '헨리4세'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종종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로 의역되어 인용되기도 한다. 

수백억 원의 연봉을 받는 대한민국 재계의 총수들은 지금 그 '왕관'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고 있는가. 2026년 사라진 세 개의 '세계' 앞에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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