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알부민 관련 제품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알부민은 지난해 12월 기준 홈쇼핑 건강식품 방송 횟수 1위, 네이버 트렌드 월간 인기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관련 제품만 1200여 개에 이른다. 갑자기 만병통치약이 납신 듯하다.
약통을 보고 흐뭇해 하는 노부부. AI로 만든 이미지. ⓒ허프포스트코리아
그러나 이러한 인기와 달리 ‘알부민 제품’의 실질적인 임상 효과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알부민은 본질적으로 계란 흰자 등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으로, 의약품은 물론 건강기능식품으로도 아직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간 기능 개선'이나 '피로 회복' 등으로 알려진 효능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광고에서 홍보하는 효능이 과장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알부민 제품의 유행은 소비자들이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의약품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사전지식이 부족하니 광고나 유행에 휩쓸려 들어가기 쉽다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검증된 효능보다 '인기'에 기대 소비자들이 찾고 있는 건강기능식품(또는 식품)은 알부민 말고도 아주 많다.
‘젊어지는 영양제’, NMN 제품
AI로 제작한 NMN 제품 이미지. ⓒ허프포스트코리아
이른바 ‘노화 방지’ 혹은 ‘젊어지는 영양제’로 불리는 NMN(니코틴아마이드 모노뉴클레오타이드, Nicotinamide MonoNucleotide) 관련 제품 역시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다. NMN은 세포 에너지 생성과 항노화 과정에 관여하는 물질로, 체내 노화 억제와 관련된 보조효소의 생성을 돕는다는 점에서 주목받아 왔다. 실제로 동물실험에서는 NMN 투여를 통해 인슐린 감수성 개선이나 노화 징후 완화 등의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연구 결과가 곧바로 상업용 제품의 효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버드 연구팀이 2023년 진행한 임상에서는 순도 99% 이상의 NMN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엄격한 용량과 기간으로 투여하며 효과를 관찰했다.
반면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은 제조사마다 순도 편차가 큰 데다, 연구와 같은 조건으로 복용 기간과 용량을 유지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한 대부분 경구 복용 형태인 시중 제품은 체내에서 NMN이 그대로 흡수되기보다 장에서 분해돼 실제 NMN 자체의 흡수율은 10~30% 수준에 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고려해 상업용 보충제에 의존하기보다 운동이나 식이 조절 등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NAD⁺(노화 방지 효소)를 자연스럽게 증가시키는 방식을 우선 권장하고 있다.
특히 장기 복용에 대한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건강한 성인의 무분별한 섭취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갱년기 잡는 저승사자’, 루바브 제품
AI로 제작한 루바브 이미지. ⓒ허프포스트코리아
갱년기 증상 완화를 앞세운 루바브 관련 제품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루바르는 시베리아와 중국 북부가 원산지인 마디풀과(Polygonaceae) 여러해살이풀이다. 라폰티신(루바브 뿌리 추출물은 특정 성분)을 기준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개별 인정 원료로 승인된 바 있어, 이를 기반으로 한 건강기능식품이 빠르게 확산됐다. SNS와 홈쇼핑, 약국을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까지 더해지며 ‘대세 영양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26년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시중에 유통 중인 일부 제품에서 기준 함량에 크게 못 미치는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신뢰도에 타격을 받았다. 조사 대상 제품 10종 모두에서 라폰티신 함량이 기준치의 약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건강기능식품과 일반 식품의 차이에 대한 소비자 인식 부족도 여실히 드러났다. 조사 대상이 된 루바브 관련 제품 10종은 모두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으로 분류됐다.
일반식품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될 수 있는 표시나 광고를 할 수 없도록 규정됐으나, 조사 대상 10개 제품 중 8개가 ‘갱년기 영양제’,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 등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효능을 강조하는 부당광고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키 크는 약’의 진실
AI로 제작한 성장 영양제. ⓒ허프포스트코리아
이른바 ‘키 크는 약’으로 불리는 성장 관련 제품의 과대광고 문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경구 복용만으로 키 성장 효과가 입증된 제품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키 성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소마트로핀(성장호르몬)은 주사제로만 사용되며, 의사의 처방과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의약품이다. 반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칼슘, 비타민D, 아르기닌, 아미노산 등을 조합해 ‘성장 촉진’을 내세우지만, 이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칼슘과 비타민D는 ‘뼈 건강 유지’ 기능만 인정될 뿐, 성장판이 닫힌 이후 성인의 키를 증가시키는 효과와는 무관하다. 또한 아르기닌 등 성분이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는 주장 역시 소화 과정에서 대부분 분해되기 때문에 실제 혈중 농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건강기능식품 인증(GMP 마크)을 위조하거나 일반 식품을 기능성 제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결국 ‘먹으면 키가 큰다’는 표현이 사용된 제품이라면 과장 광고일 가능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가 말하는 악순환의 이유
한 약학 전문가는 이러한 건강식품 시장의 혼란을 키우는 가장 큰 원인으로 ‘기만적 광고’를 지목했다. 해당 전문가는 “제품 자체의 효능이 아닌 원료의 일반적인 특성을 마치 해당 제품의 효과인 것처럼 포장하는 사례가 많다”며 “의사나 약사가 아님에도 전문가인 것처럼 등장해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드는 광고 역시 문제”라고 짚었다.
이와 더불어 '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이 전문의약품과 유사한 이름을 사용해 소비자가 효능을 혼동하도록 유도하는 방식도 문제로 꼽았다. 제품명을 통해 마치 의약품과 유사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일종의 ‘이미지 마케팅’이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흐린다는 것이다.
결국 건강 관련 제품을 선택할 때 광고 문구나 유행보다 제품의 성격과 인증 여부, 그리고 실제 임상적 근거를 꼼꼼히 확인하는 태도는 현명한 소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