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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업계의 오래된 관행에 다시 칼을 빼 들었다. 담합 행위 조사에 이어 이제는 납품업체 대상 ‘갑질’까지 들여다보며 조사 범위를 한층 넓혔다. 여기에 과징금 하한까지 끌어올리며 제도와 기준 두 측면에서 강도를 높였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오랜 위반 관행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기대만큼 단순하지 않다. 최근 일부 제재를 둘러싸고는 처벌 수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규정은 촘촘해졌지만 처벌의 체감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강화된 기준이 실제 억제력으로 작동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의문도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허프 생각] 공정위 요즘 세게 나가다가 '과징금' 매길 땐 소극적, 유통업계는 '겁먹은 척'만 갑질은 그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업계의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조사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그 수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실제로 공정위의 지난해 실태조사는 유통업계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서는 판촉행사 참여를 사실상 강요하는 행위가 빈번했고, 종업원 부당 사용 사례도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부당 반품과 대금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 미지급, 계약서 지연 교부 등은 여전히 현장에서 끊이지 않는 ‘고질병’으로 꼽힌다. 규제의 손길이 수차례 지나갔음에도 관행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을 의식한 듯 공정위의 행보는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설탕과 밀가루, 돼지고기 등 생활 필수품 시장에서의 담합 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하며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경고를 보냈고, 이어 쿠팡과 롯데쇼핑 등 주요 유통기업의 납품거래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했다. 담합과 사익편취에 대한 과징금 기준은 최대 18%까지 대폭 상향됐다. 유통업법 위반으로 얻는 이익 자체를 무력화하겠다는 방향성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현장의 체감은 엇갈린다. 최근 롯데쇼핑이 받은 과징금 수준을 두고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이 단적 사례다. 계약서 교부 지연과 대금 지급 지연, 직매입 상품의 반품 등 전형적 위반 관행이 줄지어 적발됐음에도 과징금 수준은 과거보다 낮게 책정됐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로 공정위의 제재 금액은 최근 들어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준은 높아졌지만 실제 부과 금액은 줄어드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규제의 강도와 집행 결과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따라붙는다. 유통업계의 위반 관행은 왜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까. 과징금 수준 자체의 문제인지, 아니면 집행 과정에서의 판단과 방식의 문제인지를 두고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최근에는 ‘동의의결’ 제도의 활용이 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거론된다. 기업이 위법 여부를 끝까지 다투기보다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시하고 사건을 종결하는 방식은 분쟁을 신속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그 이면도 분명하다. 절차의 효율성이 높아질수록 제재의 무게는 상대적으로 가벼워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시장에 전달되는 경고의 강도 역시 희석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기에 행정소송이라는 현실적 제약도 무시하기 어렵다. 과징금 부과 이후 기업들이 소송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간에 걸친 법적 공방과 그에 따른 불확실성은 당국에도 상당한 부담이다. 실제로 과징금이 취소될 경우 원금은 물론 일정 수준의 이자까지 반환해야 하는 만큼 재정적 리스크 역시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의 소송 승소율과 비용 문제를 둘러싸고 ‘세금 낭비’ 지적이 이어져 온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변호사 비용과 행정 처리 비용이 늘어나고 패소 했을 때의 과징금 환급까지 더해지며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여건은 당국이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신중함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지금의 논쟁은 단순히 “과징금이 약하다, 강하다”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공정위가 제도를 아무리 강화해도 현장에서 체감되는 집행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억제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집행의 부담과 리스크를 이유로 제재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흐른다면 규제의 메시지 역시 힘을 잃을 수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공정위의 규제 강화 신호를 ‘관행의 변화’로 이어지게 하는 일이다. 기준의 상향을 넘어 시장의 계산법에 변화를 가져오는 집행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결국 시장의 변화는 기준보다는 집행의 변화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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