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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거시경제에 '오일쇼크'나 '금융위기'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파도가 덮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중동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제 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100달러를 돌파해 '경제적 지진' 우려를 키우고 있고,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원·달러 환율 1500원 선마저 뚫리는 등 대외 경제 지표가 말 그대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시계 제로' 한국경제 나침반 제공할 한국은행 총재 인선 이목 : '글로벌' 신현송, '정책' 하준경 하마평에 이창용 연임설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월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대내외 거시경제 불안이 극에 달한 '퍼펙트 스톰'의 상황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 종료가 한 달여 앞(4월 20일)으로 다가왔다. 올해를 ‘한국경제 대도약 원년’으로 선포하고 내수 부양과 성장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이재명 정부로서는,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을 책임질 차기 한국은행 총재의 인선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민감한 과제가 됐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회 인사청문회 등 제도적 절차를 살피면 늦어도 3월 말에는 새로운 한국은행 총재 최종 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 '글로벌' 신현송이냐 '정책' 하준경이냐, 뚜렷한 색깔 대비

현재 거론되는 차기 총재 후보군은 크게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춘 '국제 전문가'와 정부와 코드를 맞출 '정책 전문가'로 나뉜다.

외부 인사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다. 아시아인으로서는 드물게 BIS 최고위직에 오르며 글로벌 중앙은행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해 온 세계 경제 전문가로서, 대외 리스크 관리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올해 8월 후임인 헬렌 레이 교수에게 BIS 통화경제국장 자리를 넘겨주고 퇴임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인선의 '타이밍'도 맞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은 현 정부의 대표적 '경제 책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경제 참모로서 대선 캠프 시기부터 공약을 설계해 온 만큼, 내수 부양과 민생 회복을 최우선시하는 정부의 거시경제정책 및 성장 드라이브 기조와 완벽한 '정책 공조'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무기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상당히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의 시너지를 내기에는 가장 매력적이고 효율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하준경 수석이 총재로 지명된다면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금리나 통화 관련 결정이 대통령실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는 시장의 의구심을 잠재우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 '가계부채 저승사자' 고승범도 거론, SK하이닉스 사외이사 후보 경력은 약점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 역시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컨트롤 할 수 있는 전천후 카드로 거론된다.

고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8회에 합격해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의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다. 이후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장을 맡았으며 금융위원장까지 역임했다. 

금융권에서는 고 전 위원장의 가장 큰 강점으로 '가계부채 관리'를 꼽는다. 

고 전 위원장은 2021년 금융위원장에 취임하면서 당시 가계부채 수준이 경제 위기를 초래할 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강력한 대출 총량 관리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 등 고강도 규제를 주도하며 '가계부채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런 강력한 규제를 이끌었던 경험과 정책 조율 능력이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고 전 위원장이 최근 SK하이닉스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상태라는 점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2월25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고 전 위원장을 추천했다. 고 전 위원장의 사외이사 취임이 확정되는 SK하이닉스 주주총회는 이번 달 25일 열린다. 

◆ 위기 속 내부 발탁·연임 시나리오도, 이주열 전 총재 이어 또 연임 사례 나올까

외부 수혈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를 피하고 조직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조직 내부 출신이나 '연임' 시나리오도 비중 있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대외 거시경제 지표는 말 그대로 '시계 제로'의 상황에 놓여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중동전쟁이 확전되면서 이달 들어 브렌트유와 WTI 모두 장중 100달러를 돌파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16일 장중 1500원을 넘어섰다. 

이렇게 거시경제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한국 은행 출신 내부 인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의 대표적 외환전문가인 유상대 부총재나 이승헌 전 부총재, 서영경 전 금통위원 등도 안정적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한쪽에서는 위기 상황 속 정책 연속성과 대외 신인도 방어를 위해 이창용 총재의 연임 카드가 재검토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는 2014년 4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지만, 2018년 3월 문재인 정부가 이 전 총재의 연임일 결정하면서 1970년대 김성환 전 총재의 연임 이후 44년 만의 한국은행 총재 연임 선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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