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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호위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동맹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했지만 사실상 거절 당했다. 일본은 자국내 여론이 극히 나쁘고, 한국은 여론을 떠나 현실적으로도 군함 파견이 쉽지 않다. 

유럽과 중국 잇달아 '호르무즈 해협 파병' 사실상 거절했다 : 한국은 파병하려 해도 몇 달 걸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17일 해외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했던 '호르무즈 호위 연합군 시나리오'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불을 질러 놓고 같이 불 끄자는 격"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16일 사설에서 "여러 국가의 군함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채우는 것은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역내 분쟁의 불씨를 만들 뿐이다"며 "불을 질러 놓고 같이 불을 끄자는 격이다"고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군함을 파견했을 때 한 척이라도 공격을 받는다면 그 여파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며 "이는 호르무즈 해협 안전유지를 위한 국제협력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위험 전가"고 말했다.

중국 정부 당국도 일반적 언급에 그쳤지만 군함 파견은 불가하다는 뜻을 에울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에서 분쟁을 벌이는 각 나라는 즉각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추가적 긴장고조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는 현재 상황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군함 배치를 받아들이기 곤란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유럽 각 나라들도 사실상 파병 거부의사 밝혀

유럽과 중국 잇달아 '호르무즈 해협 파병' 사실상 거절했다 : 한국은 파병하려 해도 몇 달 걸린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AI로 생성한 이미지.

영국은 총리가 직접 나서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함정 파견 요청에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전쟁의 소용돌이에 끌려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총리는 16일(현지시각) 런던 다우닝가 총리관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영국은 동맹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지만 더 큰 정쟁에는 끌려들어 가지 않을 것이다"며 "우리 군인들을 위험한 곳으로 보내야 한다면 최소한 법적 근거 위에서 충분히 숙고한 계획에 따라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이번 이란 전쟁을 개시한 점을 지적하면서 영국 군대의 파병을 에둘러 거절한 것으로 읽힌다.

영국은 동부 지중해 키프로스에 있는 영국군 기지방공을 위해 구축함 'HMS 드래곤'과 헬리콥터 '와일드 캣' 등을 보냈지만 호르무즈 해협에는 군 자산을 배치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배치 요구에 '침묵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에게 프랑스가 자국의 이익과 지역 파트너를 보호하고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 엄격히 방어적 틀에서만 행동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적었다.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낼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9일 향후 항공모함 선단을 호르무즈 해협 등의 선박 호위에 투입할 수 있다고 밝히긴 했지만 작전 시점은 '분쟁의 가장 격렬한 단계가 끝난 뒤'라고 못 박았다. 

독일과 호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배치 요구가 나오기 전에 거절의사를 분명히 했다.

캐서린 킹 호주 교통·인프라부 장관은 16일 호주 공영 ABC 방송과 나눈 인터뷰에서 "호주는 호르무즈 해협에 함선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며 "그 해협이 중요하지만 호주가 기여할 부분도 아니고 파견 요청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도 같은 날 독일 방송 ARD와 나눈 인터뷰에서 "유럽연합의 중동지역 해군 임무를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하더라도 더 큰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데에는 매우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일본은 신중한 입장, 여론은 차가워

유럽과 중국 잇달아 '호르무즈 해협 파병' 사실상 거절했다 : 한국은 파병하려 해도 몇 달 걸린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026년 1월13일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청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전통적 우방인 이란과의 관계뿐 아니라 차가운 일본 국내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공습과 관련해 응답자의 약 80%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지한다'는 응답은 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이 2003년 3월 이라크를 공격한 뒤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약 30%에 이르렀던 것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치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본은 오는 19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총리로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 또는 압박을 단칼에 거절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16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일본 정부는 필요한 대응방안을 현재 검토 중이다"며 "일본은 법률의 범위 안에서 일본과 관계있는 선박과 승무원을 어떻게 보호할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유럽과 중국 잇달아 '호르무즈 해협 파병' 사실상 거절했다 : 한국은 파병하려 해도 몇 달 걸린다
한국 구축함 모습. AI 이미지.

한국은 현재 오만 동쪽 부근에서 청해부대 '대조영함'을 우용하고 있지만 이 군함을 호르무즈 해협에 보낼 순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청해부대는 대테러 작전을 위한 화력을 갖추고 있어 이란의 미사일 공격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결정적으로 대조영함에는 기뢰(바다 속에 숨어 있는 폭탄) 제거를 위한 소해(掃海) 헬기가 없고, 한국 해군의 소해함 10여 척도 원양 작전에는 규모가 너무 작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한국 본토에서 호르무즈 해협까지 함정을 보내려면 한 달 이상 걸려, 청와대가 미국의 요청을 수용해 파병을 결정해도 오는 4월 말에나 전력 투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해외 파병은 별도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해 절차적 장벽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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