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천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이 역대 최대 수주라는 기록으로 올해도 음극재 사업의 성과를 잇고 있다.
엄 사장은 전기자동차 시장 둔화의 영향이 길어지면서 단기적으로 효과적 대응이 어려운 상황에서 음극재 사업으로 중장기 실적 개선의 바탕을 다지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 ⓒ포스코퓨처엠
17일 포스코퓨처엠 안팎에 따르면 2011년 음극재 사업에 진출한 뒤 최대 규모의 일감을 확보하며 사업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간 기준으로 계산해봤을 때 단일 수주만으로도 현재 포스코퓨처엠의 전체 음극재 매출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전날 글로벌 자동차기업과 인조흑연 음극재 대규모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1조149억 원으로 포스코퓨처엠의 역대 음극재 수주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계약기간은 2027년 10월부터 2032년 9월까지 5년이다. 다만 경영상 비밀유지를 위해 계약 종료 시점까지 구체적 고객사 이름은 알려지지 않는다.
계약규모를 보면 이 계약을 통해 포스코퓨처엠은 연간 2천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매출은 1285억 원이다.
엄 사장으로서는 지난해 3월 취임한 뒤 꾸준했던 음극재 사업의 성과를 대형 수주로 이어 간다는 데 의미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10월 글로벌 자동차기업과 계약기간 4년(2027~2031년), 6710억 원 규모의 천연흑연 음극재 공급계약을 따냈다. 이에 앞서 7월에는 일본 배터리기업과 천연흑연 음극재 공급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 계약은 계약 규모와 기간 등이 공개되지 않았다.
엄 사장은 최근 해외에 포스코퓨처엠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등 음극재 사업 확장에 공을 들여왔다. 이번 수주는 생산기지 투자를 결정한 뒤 예상대로 물량을 확보한 것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5일 이사회를 통해 3570억 원을 투입해 베트남 북부 산업도시 타이응웬에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신설하기로 의결했다. 전날 1조 원 규모의 공급계약은 이 투자에 관한 고객사 확보라는 것이 포스코퓨처엠의 설명이다.
포스코퓨처엠은 낮은 전력비 덕에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베트남을 인조흑연 음극재의 핵심 생산기지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산 1만 톤의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설비를 갖추는 데 필요한 자금은 1500억 원가량이다. 포스코퓨처엠의 투자액을 견줘 보면 베트남 공장은 2만~2만5천 톤 규모로 추정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연산 5만5천 톤까지 확장이 가능한 부지에 베트남 공장을 짓고 추가 수주에 맞춰 단계적으로 증설에 나선다. 현재 경북 포항시에 연산 8천 톤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베트남 공장의 중요도를 짐작할 수 있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국내, 북미 및 EU 지역의 다수 고객사와 배터리소재 공급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업 경쟁력 고도화와 판매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글로벌 톱(Top)티어 배터리소재 기업으로 도약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엄 사장은 음극재 사업을 통해 포스코퓨처엠의 중장기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
포스코퓨처엠은 주요 고객사의 가동 중단 등으로 당장 올해는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할 만한 수준의 실적 반등에 물음표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외부 환경을 통제하기 어려운 만큼 중장기 실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행보인 셈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연결기준 매출 3조329억 원, 영업이익 799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3% 늘고 영업이익은 2배 이상 뛰는 것이다.
지난해 발생했던 재고 관련 일회성 비용이 사라지는 등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증권업계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의 성과가 더 필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핵심인 양극재사업에서 핵심 고객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상반기 공장 가동 중단 여파가 자리잡은 가운데 과거 수준의 실적, 특히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포스코퓨처엠은 2022년 양극재와 음극재 사업이 동시에 성장하며 연결기준 매출 3조3019억 원, 영업이익 1659억 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매출은 2023년 4조7599억 원으로 1년 만에 최대치를 새로 쓰기도 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포스코퓨처엠의 매출과 영업이익 동반 증가를 전망하면서도 "미국 고객사인 GM 판매 비중이 높은 만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종료 영향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단기 실적에 관해서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기업가치 반등의 요소가 될 수 있는 요인은 음극재로 베트남 공장은 국내와 비교해 전력비 측면에서 이점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