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종주국 미국과 사상 첫 우승을 노리는 베네수엘라가 오는 18일(한국시간)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운명의 맞대결을 펼친다. 이번 결승전은 최근 양국 간의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맞물리며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26 WBC 준결승전 승리에 기뻐하는 베네수엘라팀(왼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베네수엘라는 17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이탈리아를 4대 2로 제압하며 사상 첫 WBC 결승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베네수엘라는 8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8대 5로 꺾은 기세를 몰아, 대회 전승을 기록 중이던 강호 이탈리아마저 역전승으로 물리쳤다. 2009년 WBC 4강 진출 이후 최고 성적을 갈아치운 베네수엘라는 이제 우승을 노리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6일 도미니카공화국과 벌인 준결승전에서 2대 1로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해 있다.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를 필두로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들이 총출동한 미국의 '드림팀'에 맞서, 베네수엘라 역시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MLB 스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화려한 타격전은 물론, 경기 후반 승패를 가를 마지막 승부처에서 집중력과 승리를 끝까지 지켜내는 투수들의 버티기 싸움이 승부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승전이 유독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유는 경기장 밖의 긴박한 국제 정세 때문이다. 미국 특수부대는 지난 1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기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테러 혐의로 체포, 뉴욕으로 압송했다. 주권국가 최고권력자를 타국의 군대가 납치해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후 미국이 '민주적 전환'을 명분으로 사실상 베네수엘라 관리에 나서자, 베네수엘라와 주변국들은 이를 명백한 주권 침해로 규정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감옥에 가둔 국가'와 '대통령을 뺏긴 국가'가 외나무다리인 야구장에서 만난 셈이다. 이번 결승전이 '마두로 더비(라이벌 경기)'라 불리는 이유다.
베네수엘라와 이탈리아전 경기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긴 글. ⓒ트럼프 SNS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준결승 승리 직후 SNS를 통해 "베네수엘라에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 마법 같은 일이 대체 뭘까? 51번째 주 승격은 어떠냐?"라는 글을 남겼다.
남미 북부 카리브해 연안에 위치한 인구 3200만 명의 베네수엘라는 현재 극심한 경제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구는 국민들에게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희망이자 국가적 자존심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번 결승전이 열리는 마이애미는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의 최대 거주지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응원 전쟁이 펼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