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이 자율주행을 필두로 한 ‘피지컬 AI’ 시대를 선언하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업계는 국내 자율주행 생태계가 개화하고 있다며 반기면서도, 정부의 각종 규제가 글로벌 경쟁에서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전날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자율주행 서비스는 류 대표가 올해 강조하기 시작한 피지컬 AI 전략이 구체화된 것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이 ‘피지컬 AI’ 시대를 외치며 K-자율주행을 이끌겠다고 나섰지만 정부의 각종 규제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카카오모빌리티
이달 류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 임직원에게 '피지컬 AI 기반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피지컬 AI 기술과 기존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맞물린 강력한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직후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체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강남 심야 서울자율차' 운행을 시작했다.
이를 두고 류 대표는 "글로벌 빅테크가 유일하게 장악하지 못한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독자적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그동안 축적해 온 모빌리티 데이터 인프라와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인 자율주행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피지컬 AI 기반의 기술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류 대표가 내세운 카카오모빌리티의 목적지는 명확하다. 택시 호출 플랫폼의 강점을 활용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카카오내비 등의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 방대한 이동 데이터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핵심 솔루션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경쟁력이 어디까지나 국내에 국한된 것이라며 우려한다. 글로벌 빅테크가 국내 자율주행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경쟁 상대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구글에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하기로 한 결정은 국내 자율주행 업계의 위기감을 더욱 심화시켰다. 구글이 고정밀 지도를 손에 넣음으로써 해외 실증 자율주행 데이터 학습을 바탕으로 국내 자율주행 시장에 어렵지 않게 입성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인 실증 주행 데이터에서부터 격차는 이미 크게 벌어졌다. 구글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는 올해까지 3억2천만km가량의 주행 데이터를 확보했다. 국내 기업 전체가 보유한 주행 데이터가 1300만km 수준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개별 기업이 단시간에 뛰어넘기 힘든 차이다.
문제는 국내 자율주행 시장을 둘러싼 규제 환경이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 기업이 자율주행 실증 데이터를 쌓으려 해도 법적 허용선이 지나치게 좁다. 한국은 전국 17곳에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를 지정해 그 안에서만 실증을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사고 위험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운행을 규제 지역을 제외하고는 폭넓게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통해 기업들이 24시간 실전 데이터를 모을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이에 비하면 국내에는 사실상 실전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땅덩어리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을 향한 규제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운송 플랫폼의 호출 건수, 배차 시간, 수수료 내역 등 핵심 영업 데이터를 정부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기에는 국내 규제 상황이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자율주행 생태계를 활성화하도록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모빌리티 주권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