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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이 납품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계약서를 늦게 교부하고 직매입 상품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반품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이번 조치는 대형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거래 관행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쇼핑의 '갑질 비용' 5억6900만 원 : 납품업자에게 계약서 늦게 주고 직매입 상품 제멋대로 반품했다
롯데쇼핑(사진 가운데)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연합뉴스

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직매입 상품 부당 반품과 계약서 지연 교부, 납품대금 지급 지연 등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6900만 원을 부과 받았다.

가장 '악의적인' 문제로 지적된 것은 직매입 상품의 반품 행위다.

직매입 거래는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매입한 뒤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재고 부담까지 떠안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원칙적으로 반품이 허용되지 않으며 납품업체에 명백한 이익이 되는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신제품 출시 계획 등 객관적인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반품을 진행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2021년 8월2일부터 2024년 8월2일까지 납품업체 9곳으로부터 직매입한 상품 1만9853개(약 2억2400만원 상당)를 정당한 사유 없이 반품했다. 납품업체가 관련 증빙을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단순 요청 공문만 받고 재고 상품 등을 반품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에서는 직매입 상품 반품이 과거 대형 유통사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문제됐던 대표적인 거래 관행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구매 영향력이 큰 유통업체가 판매 부진이나 행사 종료 등을 이유로 재고 부담을 납품업체에 다시 떠넘기는 방식이 지적돼 왔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직매입 구조에서는 반품을 하는 것 자체가 원칙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며 “예전에는 행사 상품이 판매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반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일부 있었지만 공정위 제재 이후 업계 전반적으로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약서를 늦게 교부한 점도 위반 사항으로 지적됐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와 거래할 때 계약 내용을 명시한 서면을 계약 체결 즉시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거래 조건을 명확히 해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이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쇼핑은 2021년 1월13일부터 2024년 2월23일까지 97개 납품업체와 101건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양 당사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한 계약서를 즉시 교부하지 않았다. 계약서 교부 지연 기간은 최소 1일에서 최대 201일에 달했다.

계약서 교부 지연은 공정위가 꾸준히 지적해 온 대형 유통사의 대표적 위반 유형이다. 실제로 2022년에는 홈플러스가 협력업체에게 납품단가 인하 방식으로 판촉비를 전가하고 계약 서면을 늦게 교부한 사실이 적발돼 24억 원이 넘은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표준 계약서와 전자계약 시스템이 일반화되면서 계약서 없이 거래가 진행되는 사례는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표준 계약서와 전자계약 시스템이 일반화돼 계약서 없이 거래가 진행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납품대금 지급 역시 법정 기한이 명확하기 때문에 장기간 지연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납품대금 지급 지연 문제도 확인됐다.

롯데쇼핑은 2021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80개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납품받고 대금을 법정 기한보다 최장 386일 늦게 지급하면서 발생한 지연이자 3434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납품대금 지급 지연은 업계에서도 흔한 사례는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법정 지급 기한이 명확해 대부분 기업이 기한에 맞춰 대금을 지급한다”며 “월말 날짜 차이나 영업일 계산 문제로 하루 이틀 지연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는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제재가 대형 유통사와 납품업체 간 거래 질서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종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사의 거래 관행은 한 번 문제가 되면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정위가 반복적으로 점검하는 이유도 이런 관행이 다시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 측은 이번 제재와 관련해 관련 법규 준수 과정에서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내부 거래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고 점검체계를 강화하는 등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절차를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계약 체결 즉시 서면 교부 의무를 준수하지 못했고 직매입 상품 반품 과정에서 법적 요건을 세밀하게 갖추지 못한 점을 확인했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관련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했으며 계약서 교부 지연 방지와 반품 사유 관리 강화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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