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자신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국민의힘을 향해 "미국을 숭배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25년 전 김대중 정부에서 임동원 통일부 장관이 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로 장관직에서 물러난 적 있었다. 하지만 두 통일부 장관의 대응은 전혀 딴판이다. 상황은 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사진)이 국민의힘의 해임건의안 제출 공세에 반박했다. ⓒ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9일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전망대에서 열린 ‘제3기 2030청년자문단 발대식 및 장관-청년 대화’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해임건의안을 발의한 국민의힘을 향해 "말로는 안보 사안에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면서 숭미(미국 숭배)가 지나치다"라며 "미국의 (대북)정보 공유 제한이 억지스럽다, 안 맞는다, 빨리 풀라고 말하는 것이 국익"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미국이 정 장관의 "구성 북한 핵시설"을 문제 삼아 대북 위성정보 공유를 제한한 일을 것을 두고 정 장관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 장관은 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에 전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공세에 나선 셈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 장관이 북한을 "조선"이라 호칭한 것도 통일부 장관으로서 경질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장관은 "그분들의 논리이며 국민 다수 시각이 아니다"라며 "국민들에게 물어본 최근 조사 결과 보면 (응답자의) 60%인가가 평화적 두 국가, 평화적 공존에 대해 지지한다"고 반박했다.
장 장관이 이런 태도는 이재명 대통령이 정 장관을 옹호하고 나선 데다 정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관 해임건의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돼야 통과되는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점유하고 있다.
실제 김대중 정부 집권기였던 2001년 9월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당시 DJP (김대중·김종필 연합) 집권 파트너였던 자민련이 야당인 한나라당과 손을 잡고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졌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또한 임 전 장관의 해임건의는 당시 평양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 대축전에 참석한 남측 대표단이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행사를 참관하고 만경대 방명록에 서명하는 등 연방제 통일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통일부 장관이 방북을 허용함으로써 이적행위가 발생하도록 묵인했다는 '관리 소홀' 책임이 불거졌다.
그러나 이번 정 장관의 해임건의안은 임 전 장관처럼 구체적 사건에 대한 책임보다는 여권과 국민의힘의 대미, 대북정책의 기조 차이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이재명 정부의 외교 안보 노선에 대한 정치적 공세 성격이 짙다는 뜻이다.
정 장관의 이번 "미국 의원이냐"는 발언은 대북 정책의 독자성과 한미 동맹의 수평적 관계를 강조함으로써 국민의힘의 공세를 '사대주의'로 몰아붙이려는 정치적 반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