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절윤'(윤석열 대통령과 절연)을 공식 결의했다. 말에 그치는 것 아니냔 지적이 벌써 나온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눈가를 만지고 있다. 2026.3.9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9일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2시간 넘게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날 의총은 서울시장 선거의 당내 유력 후보로 꼽혀온 오세훈 시장이 당 노선 변경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며 공천을 신청하지 않는 초강수를 두자, 당의 향후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됐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송언석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3.9 ⓒ연합뉴스
의총 직후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전원 명의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국민의힘은 결의문에서 "잘못된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큰 혼란과 실망을 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으로 사과드린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일체의 주장에 명백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당 차원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지를 공식화한 셈이다.
다만 진정성을 두고는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결의문에 이름을 올렸지만 약 600자 분량의 결의문을 직접 낭독하지 않았고, 송언석 원내대표가 대신 읽었다. 장 대표는 의총이 끝난 뒤 '결의문에 동의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월1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윤 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 이른바 '절윤'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장 대표는 선고 이튿날 일반의 예상과 달리 '결윤'(윤 전 대통령과 결합)을 선언했다.
또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현재 107명) 가운데 90명이 2024년 12월4일 12·3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실도 다시 거론되면서, 이번 결의가 실제 정치적 결단이라기보다 선거를 앞둔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내놓는 장면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큰절 퍼포먼스'가 대표적이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 지역 자유한국당 광역·기초단체장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여 "보수 정치가 국민에게 실망을 드렸다", "다시 기회를 달라"며 무대 앞에 일렬로 서서 바닥에 이마가 닿는 큰절을 올렸다. 그러나 실제 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이 크게 패배하며 여당이 압승했다.
"탈당" vs "닥치고 지지"…극우 유튜버들의 엇갈린 반응
전 한국사 강사이자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 ⓒ연합뉴스
당 안팎에서는 이른바 '윤 어게인'과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해온 극우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유튜버 전한길씨는 같은 날 밤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이재명 정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한통속이 됐다"며 결의문 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당원이기도 한 그는 탈당을 요구하며 장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극우 유튜버 고성국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반면 또 다른 극우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튿날인 10일 화요일 유튜브 방송에서 "장동혁을 닥치고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비상의총은 국민의힘의 기회주의, 배신자, 기득권 국회의원들이 장동혁 대표 불러놓고 서너 시간 동안 집단적으로 이지매(왕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장 대표가 판을 깨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무한 인내 전략을 구사한 것 같다.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이 홀로 빛났다"면서 장 대표를 적극 옹호했다.
한편 국민의힘의 이번 결의가 실제 절윤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또 하나의 선거용 정치 퍼포먼스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친윤(친 윤석열) 세력과 극우 지지층과 어떤 관계 설정을 할지가 절윤의 진정성을 가늠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