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걸프 국가들에 대한 공격 중단 의사를 밝히며 사과한 지 몇 시간 만에 이란이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공습을 이어갔다.
이란이 외교적으로는 긴장 완화를 시도하는 메시지를 내놨지만 실제 군사 행동은 정반대로 전개하면서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공습 피해를 입은 걸프 국가들이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미국·이란 충돌이 역내 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카타르 도하가 현지시각으로 1일 이란의 공격을 받아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현지시각으로 7일 국영 방송을 통해 “이웃 국가들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는 한 해당 국가의 공격을 중단하는 방안을 임시 지도자위원회가 승인했다”며 “이란의 공격을 받은 이웃 국가들에 개인적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걸프 국가들의 보복 가능성을 낮추고 긴장 확산을 막기 위한 외교적 메시지로 해석됐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걸프 국가들이 자국 영토 내의 미군기지 문제로 직접적 군사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사과 발표 이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란은 걸프 지역에서 다시 공격을 이어갔다.
바레인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수도 마나마에서 이란의 공습으로 주택 등 건물에 불이 나고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바레인 주파이르 미군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지에서 이란 내 담수화 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있었다는 이유로 대응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UAE에서도 긴장 상황이 이어졌다. UAE 국방부는 두바이 상공에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방공망으로 요격했다고 설명했다. 두바이 알바르샤 지역에서는 요격된 물체의 잔해가 차량에 떨어지면서 아시아계 운전자 1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이러한 이중 전략은 걸프 국가들과의 직접 충돌은 피하면서도 역내 미군 기지를 지속해서 압박해 미국의 군사 개입 비용을 높이려는 계산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란 지도부는 공격 대상이 걸프 국가 자체가 아니라 역내 미군 기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미군기지가 위치한 국가들이 공격에 휘말리면서 걸프 국가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동 분쟁이 미국과 이란의 대결을 넘어 걸프 국가들이 직접 개입하는 다자 충돌로 확대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걸프 국가들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카타르 군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역내 긴장 상황을 논의했다. 카타르 역시 자국의 안전과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며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사과 발표 직전 이란에 강한 경고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란 측과의 통화에서 “사우디 영토나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이 지속될 경우 보복할 수밖에 없다”며 “필요하다면 자국 내 미군 기지를 이란 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지도부 역시 군사 행동이 계속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임시 지도자위원회 위원인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사법부 수장은 “역내 일부 국가의 영토가 적에게 이용돼 이란 공격의 거점이 되고 있다”며 목표물에 대한 공격이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