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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정부 합동 특별감사에서 횡령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현직 중앙회장의 비위 혐의가 낱낱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농협의 뿌리 깊은 비리가 결국 '제왕적 중앙회장'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거세지면서 근본적 지배구조 개편 등 대대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 농협중앙회장'이 정부 특별 감사자료에 계속 등장 : 강호동 회장 비위 예상보다 많았고 '내부통제'는 고장난지 오래였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1월8일 발표한 농협중앙회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와 관련해 1월13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를 마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정부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정부는 1월26일부터 진행한 ‘농협 비위 근절과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 농협 고위 간부들의 위법과 전횡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 선거 답례품부터 ‘황금열쇠’까지, '강호동 비위' 콕 집은 정부

이번 감사 결과의 핵심 표적은 단연 강호동 현 농협중앙회장이었다.

정부는 감사 결과 자료에서 '현 중앙회장'을 수 차례 명시하며 강호동 회장의 비위 혐의를 조목조목 짚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강 회장은 2024년부터 2025년 사이 농협재단 핵심간부를 통해 재단 사업비 약 4억9천만 원을 유용해 자신의 선거를 도운 조합장과 조합원 등에게 제공할 답례품과 골프대회 협찬 비용을 조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5년 2월 취임 1주년 명목으로 지역조합운영위원회로부터 580만 원 상당의 황금열쇠 10돈을 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도 포착됐다. 

도덕적 해이와 특혜 문제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중앙회장과 농협중앙회 임원들은 다른 협동조합보다 약 3배 이상 높은 퇴임공로금(전 회장 기준 3억2천만 원)을 챙길 수 있는 구조를 누리고 있었으며, 전세보증금 상한선(5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12억 원짜리 호화 사택도 제공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외에도 이사회의 조직개편 의결을 무시하거나, 5년 동안 75억 원의 포상금을 객관적 성과 평가 없이 자의적으로 남발하는 등 중앙회장의 독단적 조합 운영 실태도 확인됐다. 

정부는 위법 소지가 큰 14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96건에 대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처분할 계획을 세웠다.

◆ 작동하지 않는 내부통제, 모든 문제는 '제왕적 회장'으로 귀결

강 회장 개인의 일탈을 넘어, 농협의 방만한 운영과 총체적 부실은 결국 중앙회장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감사에서도 핵심 간부의 전횡을 막아야 할 통제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준법감시인과 감사위원회가 철저히 농협 내부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효성 있는 견제가 불가능했다. 실제로 농협의 감사위원 5명 중 위원장을 포함한 3명이 전·현직 조합장 출신이며, 이 중 2명은 현직 조합장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회장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쓴소리를 낼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셈이다. 

◆ 반복되는 비리, 중앙회 인적 분할 등 근본적 수술대 오르나

단순히 비위를 저지른 회장을 수사선상에 올리고 제도를 일부 수정하는 '꼬리 자르기'식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정치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해 열린 '농협개혁의 바람직한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는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는 "중앙회장이 사고를 치면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 국회가 농협법을 고치는 일이 반복되며 법이 15번이나 바뀌었지만 근본적 변화는 없었다"며 "조합장 연임 제한이나 중앙회장 선거 방식 논의는 본질적 개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중앙회 조직 자체의 구조를 바꾸는 대대적인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박 교수는 중앙회가 수행해 온 금융·경제 등 사업 조직을 별도로 분리하고, 중앙회는 본연의 임무인 회원조합 연합체 역할에만 집중하게 하는 '인적 분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내부 감사 시스템의 혁신에 대한 요구도 거세다. 

토론회에 참가한 손병철 고산농협 조합장은 "현재처럼 중앙회장이나 이사들이 감사위원을 뽑는 시스템으로는 감사 기능이 작동하기 어렵다"며 독립적 감사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은 신협, 새마을금고 등을 아우르는 '중립지대 협동조합 감사원' 설립을 대안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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