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명 역사학자 로버트 단턴 하버드대학교 칼 H. 퍼츠하이머 석좌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막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로버트 단턴 하버드대학교 명예 석좌교수.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로버트 단턴 석좌교수는 8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과 나눈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강자의 권리(Faustrecht)를 내세우면서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막고 계속 집권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단턴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절대권한을 바탕으로 미국 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권한을 남용하고 있어 걱정된다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관성이 없고 의견과 정책이 수시로 바뀌지만, 절대권력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미국 일부 도시의 거리에 불법적으로 병력을 배치하고, 대외정책에서 적극적으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이는 미국과 나머지 세계 모두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단턴 교수의 발언은 올해 초 있었던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의 무자비한 인권탄압과 미국의 베네수엘라 및 이란 공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단턴 교수는 미국 사회에서 언론에 대한 불신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 점도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언론과 지식인, 엘리트 집단을 불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한 것을 꼬집었다.
단턴 교수는 "많은 시민이 신문이나 방송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서만 정보를 접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부정확하거나 거짓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CNN 인수와 워싱턴포스트의 대규모 기자해고 사태 등으로 언론이 약화되는 모습을 두고 정부의 우호세력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명백한 전략이 존재한다는 라나시온 기자의 질문에 동의했다.
단턴 교수는 "트럼프 정부에서 독립언론을 잠식하려는 경향이 있고, 그들은 현재 상황이 재정적 압박으로 인해 힘겹게 느껴질 것이다"며 "미국은 현재 전제정치의 위협에 노출돼 있으며 그것은 매우 두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로버트 단턴 교수는 18세기 프랑스와 혁명시대를 연구하는 미국 최고의 역사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1939년 뉴욕에서 태어난 단턴 교수는 학자가 되기 전에 '뉴욕타임스' 기자로 활동한 실무가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대학도서관인 하버드 대학교 도서관장을 역임한 단턴 교수는 오랫동안 프린스턴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완벽한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1년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인문학 분야에서의 탁월한 공헌을 인정받아 국가 인문학 메달을 받은 바 있다. 방대한 저술 가운데 '혁명적 기질(2024)'는 특히 주목받는 저서로 꼽힌다. <고양이 대학살>의 저자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