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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7600원’, ‘21만6500원’.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3월18일과 올해 2월 마지막 거래일 삼성전자 주가의 차이다.

주가에서 보이듯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를 지탱하는 반도체 사업의 경영환경이 1년 만에 크게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세계 최초 양산 출하하는 데 성공했고 글로벌 D램 시장에서는 다시 왕좌를 탈환하기도 했다.

[K-밸류업 리포트] 삼성전자와 부활 : 반도체 되살렸다, '등기이사 이재용'과 '그룹 컨트롤타워' 재출현은 미지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와 그룹 컨트롤타워의 부활, 그리고 노조와의 관계관리 역량이 삼성의 기업가치를 가를 요소로 꼽힌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증권업계 전망치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2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은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5만 전자’의 책임을 지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주가를 회복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삼성전자 정기 주총의 분위기는 사뭇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반도체 ‘메가 사이클’이 꽤나 지속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 삼성전자를 둘러싼 화두로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가 부각되는 모양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부활에 이목이 집중된다. ‘자본시장 선진화’로 요약할 수 있는 정부의 기조와 맞물려 국내 1등 기업 삼성과 이재용 회장의 책임경영, 적극적 투자에 나설 총괄조직 재건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 올해도 미뤄진 회장 이재용의 이사회 복귀, 완전한 책임경영은 아직

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올해 주총에서는 주식 소각 조문 등을 정비하는 등 개정된 상법 내용을 반영하는 안건과 신규 사내이사로 김용관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경영전략총괄 사장을 선임하는 안건이 다뤄지는 가운데 관심을 모았던 이재용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사회 복귀가 다시 한번 미뤄진 것이다.

그동안 삼성의 준법경영을 감독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는 물론이고 재계 안팎에서도 오너경영인이 이사회에 참여한다는 ‘책임경영’의 상징으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이 언급돼왔다.

등기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명확히 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장이 이사회에 합류해 공식적으로 삼성전자의 주요 결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로 경영 전반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요소로 꼽혔다. 현재 국내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미등기임원 신분으로 남아 있는 것은 이 회장이 유일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올해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이 불발된 배경에는 이미 이 회장이 그룹 총수로 실질적 경영 전반을 챙기며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삼성전자의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까지 확대되는 등 법적 리스크가 강화한 환경 속에서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실질적 성과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선택 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과 7월,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과 관련한 2심과 대법원 선고 결과 무죄를 확정받은 이 회장은 현재까지 활발히 발로 뛰며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이는 삼성 계열사 전반에서 다양한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주주들의 기업가치 제고 목소리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는 만큼 책임경영의 완성이라 불리는 등기이사 복귀 문제는 삼성 지배구조 논의의 핵심 과제로 계속 남을 것으로 보인다.

◆ 대규모 투자 재시동, ‘구심점’ 컨트롤타워 재건 과제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논의는 삼성그룹 전체의 체질 개선과도 연계돼 있다. 특히 과거 미래전략실(미전실)과 같은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수십조 원에 이르는 과감한 투자가 적기에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크다.

또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등 삼성이 점찍은 차세대 사업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또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 등 다수의 계열사가 얽혀 있다. 중복 투자의 교통정리, 통합적 자원 배분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총괄할 구심점 구축이 필수 과제로도 여겨진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사이 전쟁에서 확인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 흐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예측할 수 없는 관세 정책, AI 패권 경쟁 등 개별 계열사 차원에서 감당하기 여의치 않은 리스크의 무게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풍부한 현금 곳간을 토대로 대형 인수합병(M&A)을 재개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행보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등 가용 현금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125조 원을 넘어섰다. 1년 전보다 13조 원 증가한 것으로 향후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실적 전망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유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독일 공조기업 플랙트그룹, 독일 자동차부품기업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사업부 인수에 각각 15억 유로(약 2조5천억 원)를 쏟아부으며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8년 만에 2조 원 이상의 대규모 인수합병 시장에 발을 디뎠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지원TF를 상설조직인 사업지원실로 바꾸면서 컨트롤타워의 부활을 준비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 변화가 컨트롤타워 부활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 ‘강한 노조’가 불러온 변화,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가 5월 총파업을 예고하고 합법적 쟁의권 확보 절차에 돌입하면서 삼성전자 안팎의 리스크에 ‘파업’이라는 목록이 추가되는 분위기다.

기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뿐 아니라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초의 단일 과반 노조로 탄생하면서 삼성전자에는 한층 더 강력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자리 잡게 됐다.

성과급 상한 폐지 등 확대된 보상을 요구하는 노조의 파업은 단순한 노사 갈등이나 일시적 비용 증가 이외에도 대규모 손실로 이어져 기업가치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돼야 하는 반도체 라인은 짧은 기간의 가동 중단만으로도 천문학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연간 영업이익을 200조 원으로 가정하면 하루에 삼성전자가 벌어들이는 이익은 5천억 원을 훨씬 웃돈다.

HBM4의 기술 및 양산뿐 아니라 차세대 반도체(HBM4E, 커스텀 HBM) 시장 선점 경쟁이 이미 불붙은 상황에서 반도체 생산라인의 가동 중단은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신뢰도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준감위에서도 삼성전자의 노사 관리 역량의 중요성을 짚고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 위원장은 2월24일 4기 준감위 첫 정례회의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삼성이 넘어야 할 여러 산 중에 큰 산은 노사 관계”라며 “노조와 관계를 두고 더 긴밀한 소통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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