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최초로 상업용 SMR 건설 승인을 받은 기업이 등장했다.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설립한 SMR기업 테라파워가 그 주인공이다. 테라파워는 SK와 SK이노베이션이 공동으로 투자한 기업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글로벌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빌 게이츠 이사장을 만나 다양한 SMR 분야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 겸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SK이노베이션
이후 테라파워가 미국에서 최초로 상업용 SMR 건설 승인을 받으면서 최 회장의 지원 아래 SK이노베이션이 원자력 에너지사업 진출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6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과 공동으로 투자한 미국 차세대 SMR기업 테라파워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상업용 SMR 1호기 건설을 승인받았다. NRC가 신규 상업용 원전 건설을 허가한 것은 10년 만이고 SMR 건설 승인은 미국 내 최초 사례다.
이번 승인으로 테라파워는 미국 와이오밍주에 세계 최초로 상업용 SMR 플랜트 건설에 본격 착수하고 2030년 실증로 가동을 목표로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SK이노베이션과 한수원의 글로벌 SMR 시장 진출도 눈앞에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테라파워는 게이츠 이사장이 2008년 설립한 차세대 SMR 선두기업으로 액체 나트륨 냉각 기술을 활용해 기존 원전과 비교해 발전 효율과 안전성을 크게 높였다. 끓는 점이 섭씨 880도에 이르는 액체 나트륨 냉각재는 더 많은 열을 흡수해 발전 출력을 높이고 사용후 핵연료 발생량도 기존과 비교해 1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특히 테라파워의 SMR 기술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전력 수요에 따라 발전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부하 추총 운전이 가능하다. 이는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와 보완적 시너지가 클 수 있는 장점이다.
앞서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8월 공동으로 테라파워에 2억5천만 달러(당시 약 3천억 원)를 투자했다. 2023년 3월 테라파워와 차세대 SMR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SMR 기술을 상용화하고 글로벌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에서 협력해 왔다.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소재 분야에서 축적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데이터센터 등 여러 산업 현장에 SMR 생태계를 구축하고 전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맞춤형 통합 에너지설루션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첨단산업 분야에서 ‘에너지 패권 경쟁’ 주도권을 공고히 하는데 SMR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이 SMR 사업을 챙기고 있는 만큼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테라파워가 받은 승인을 기반으로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는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서울에서 게이츠 이사장과 만나 만찬회동을 갖고 SMR 등 에너지사업 분야에서 협력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현재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잇따른 만남을 통해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등 반도체사업의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는 최 회장이 에너지 분야에서도 직접 발벗고 뛰는 셈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19일 SK이노베이션이 총사업비 23억 달러(약 3억3천만 원) 규모의 베트남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업 사업자로 선정 과정에서도 적극적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두 차례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면담을 갖고 SK그룹이 지닌 에너지·산업 융합 사업 모델을 전달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주최 집단지성플랫폼 ‘트랜스퍼시픽다이얼로그 2026’ 환영사에서 “SK는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를 함께 짓는 새로운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며 “막대한 신규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