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방산부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조선부문의 한화오션이 나란히 실적 호조세를 띠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경영 전면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사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사장도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나란히 사내이사로 재선임된다.
다만 김 부회장의 또 다른 주력 사업인 화학에너지 부문의 한화솔루션은 여전히 실적 반등의 기회를 엿보는데 머물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본격적으로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을 이끌어갈 박승덕 사장의 실행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박승덕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이사 사장. ⓒ한화솔루션
5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손재일 사장과 김희철 사장이 각각 24일과 19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임기 3년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는데 이는 그동안의 우수한 실적을 거둔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손 사장과 김 사장에 관한 각사 이사회의 사내이사 추천사유를 보면 공통적으로 '우수한 경영성과'를 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의 오랜 믿을맨들이 믿음에 걸맞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셈이다.
손 사장은 1990년 한화그룹의 모태인 한국화약에 입사해 지금까지 경력 대부분을 방산 계열사에서 보냈다. 한화그룹의 신뢰를 받고 있는 손 사장은 2022년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고 2024년부터는 한화시스템 대표도 겸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26조6078억 원, 영업이익 3조345억 원을 내며 손 사장 체제에서 매년 실적을 개선해왔다. 증권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올해 매출 30조 원, 영업이익 4조 원을 돌파하며 실적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사장은 김 부회장의 손꼽히는 복심으로 평가된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한화에너지, 한화오션 등 사업과 지배구조 측면에서 김 부회장에게 의미가 큰 주요 계열사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2조7835억 원, 영업이익 1조1676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 한화그룹에 인수될 당시 매출 7조4천억 원, 영업손실 1965억 원에서 대폭 개선된 실적이다. 매출 기준 4년 치에 육박하는 수주잔량(321억8천만 달러, 약 47조2천억 원)을 기반으로 지속적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 따른 중동 지역의 무장 강화 전망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게, 중동 이외 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에 이어지는 LNG운반선(LNGC) 발주 확대는 한화오션에게 긍정적 전망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부회장이 총괄하는 주력 사업 가운데 화학·에너지 부문의 한화솔루션은 다른 상황에 처해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13조3544억 원, 영업손실 3533억 원을 냈다. 매출은 7%가량 늘었지만 2년 연속으로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2년 동안 누적 손실 규모는 6535억 원에 이른다.
화학부문의 업황이 워낙 안 좋은 탓에 이 기간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의 영업손실은 1213억 원에서 2491억 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됐고 큰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박승덕 사장이 이끄는 태양광 포함 신재생에너지사업의 큐셀부문의 중요도가 큰 이유다.
다만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사업도 동반 부진에 빠져있다는 점은 본격적으로 임기 첫해를 맞이하는 박 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소다. 박 사장은 지난해 7월 ‘원포인트’ 인사로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에 선임됐다.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사업은 2023년 영업이익 5398억 원을 고점으로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봤다. 이 부문 적자 규모는 2024년 2575억 원, 지난해 852억 원이다. 특히 가장 최근인 지난해 4분기에는 미국 세관국경보호국의 공급망 점검 및 규제 강화에 따른 통관 지연에 직격탄을 맞아 영업손실이 3855억 원에 이르기도 했다.
박 사장의 최대 과제는 시장이 예상하는 만큼의 기대를 실적으로 입증하는 일이 꼽힌다.
과거에도 2023년 이후 영업이익이 최대 1조 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다양한 요인 탓에 반대로 실적 하락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최근 통관 지연 사태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등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이지만 2024년을 목표로 했던 미국 조지아주 태양광 제품 공장 '솔라허브' 가동이 유틸리티 장비 결함 등을 원인으로 2년가량 지연된 점은 경영진의 정교한 관리가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증권업계와 태양광업계 안팎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큐셀부문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사업에서 8천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하는 수치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짓눌렀던 통관 이슈가 해소됐고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3조 원을 투자한 솔라허브가 가동되면서 실적 회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 시대 대규모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미국에서도 태양광 발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26일 한화솔루션 목표주가를 4만5천 원에서 6만7천 원으로 상향하면서 "미국 전력망 부족으로 AI 데이터센터의 지상 태양광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년 중장기 태양광 설치 증가율도 최대 4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전략을 고려하면 선도업체인 한화솔루션의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박 사장은 1994년 한화케미칼에 입사한 뒤 그룹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사업 확대에 기여해온 김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대표 이전까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전략총괄로 김 부회장의 미래 청사진을 실현할 적임자로 꼽히기도 했다.
김 부회장이 2020년부터 오랫동안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만큼 박 사장의 공과는 오너인 김 부회장의 에너지사업 성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회장은 24일 열리는 한화솔루션 제52기 정기 주총에서 임기 3년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된다.
한화솔루션 이사회는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 에너지사업의 글로벌 선점을 주도했다"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경영기반 구축을 위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