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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 몇 개월만의 극장 나들이를 했다. <왕과 사는 남자>를 보기 위해서였다. 명절 당일에 인구가 적은 통영의 영화관에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관객이 많더니, 근래 드물게 흥행하고 있는 영화 대열에서 정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신지혜의 밑줄긋기] 통영에서 '왕과 사는 남자'를 보았다, '긍휼'에 꽂혔고 긍휼 없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최고위원

영화는 비극을 맞은 왕이었던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엄홍도에 대한 짤막한 사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영월에서 만난 주민과의 삶이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로 채워졌다.

단종과 엄홍도를 비롯한 영월 주민과의 거리가 좁혀지면서 만들어내는 감동과 여운이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당기는 이유일 것이다. 

극장을 나와 지금까지 머릿속을 맴도는 대사는 “긍휼히 여긴다”는 것이다. ‘긍휼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가엽게 여겨서 돕는다'는 것이다.

긍휼한 마음을 보여준 단종의 행동은 단종과 영월 주민 사이의 관계가 달라지게 하는 계기가 된다. 영월 주민은 유배당한 단종이 비록 권력에서 밀려났다고 하더라도 지도자의 덕목을 갖고 있다고 느꼈고, 단종 역시 영월 주민의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서로를 받아들인다. 

[신지혜의 밑줄긋기] 통영에서 '왕과 사는 남자'를 보았다, '긍휼'에 꽂혔고 긍휼 없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한 장면. ⓒ연합뉴스

이는 사극에서 보기 드문 폐위당한 상왕과 천민의 겸상으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식구가 된 그들은 단종이 처한 일촉즉발의 순간이나 단종의 마지막 순간에도 서로 긍휼히 여기는 모습에서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를 본 지 일주일이 지나도 긍휼히 여긴다는 대사가 각인된 까닭은 어느 권력자의 모습과 대비되어 보인 탓이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은 비상계엄의 이유로 ‘반국가세력’을 내세웠다.

국정 방향을 바꾸라며 자신에게 쓴소리하는 국민을 그는 ‘반국가세력’ 으로 몰아세웠다. 군경을 동원하는 폭력적 상황에 국민을 몰아놓는 그의 행태에 긍휼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에게 법정최고형을 구형한 검찰과 달리 갖은 해괴한 논리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지귀연 판사도 마찬가지다. 

국회에 군경을 보낸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도 ‘정치인 체포조’ 를 편성하고 운영한 이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모순을 보였다. 군경을 동원하는 것 자체가 물리력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물리력을 자제하려 했다며 감형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를 내세웠다. 

무엇보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하자마자 비상계엄을 해제하려 국회 앞으로 내달린 국민에게 품은 긍휼한 마음을 전혀 엿볼 수 없었다. 국민은 민주주의를 비롯해 서로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용기 내 행동했는데도, 지귀연 판사의 마음은 오직 범죄자의 편에만 기울어 있었다. 

내란수괴는 오직 자신만을 위해 권력을 남용해 군경을 동원하고 내란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의 지지자에게 폭력도 선동했다. 자신의 죄를 덜려고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내란수괴는 단종이 영월 촌장을 보호하려 했던 긍휼한 마음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알 수 없을뿐더러 행동하지도 못할 것이다. 

영화 속 단종과 내란수괴의 완벽한 대비, “긍휼히 여긴다”는 대사가 마음속에 오래 남는 이유다.

글쓴이 신지혜는 기본소득당의 정치인이다. 1987년 부산에서 태어나 통영여자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함께 '기본소득'이라는 정치적 비전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2020년 기본소득당을 창당했다.

최근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정치합니다> 책을 출판했다. 일상에서의 소소한 장면을 자연스레 정치의 한 장면과 연결하며 책 쓴 경험을 살려 일상의 장면에서 발견한 정치의 의미를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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