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새롭게 이란 전쟁을 벌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미국과 이란 사이 불안정한 정세를 틈타 우크라이나를 향한 공세에 나설 것이라 바라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25일 AP통신과 가디언을 비롯한 해외 언론을 종합하면 미국은 최근 레바논 주재 미국 대사관의 외교관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이는 지난해 이란공습 때와 유사한 모습으로, 이란을 향한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디언은 미국이 레바논 대사관 직원 30~50명을 철수시켰으며 이란을 향한 군사행동 가능성에 대비해 항공모함 2척과 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비롯한 거대 규모의 전력을 중동지역에 집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라크 전쟁 뒤 최대 규모의 미군 전력 집결이라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가디언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대피와 이란 공격 계획의 관련성을 부인하면서 ‘이란이 헤즈볼라를 통해 미국 외교공관과 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미국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일 안에 초기 타격을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부와 핵시설,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목표로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미국의 이란 전쟁을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이와 같은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전쟁 2개가 동시에 벌어질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종전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뉴질랜드 싱크탱크 뉴질랜드국제관계원(NZIIA)은 러시아가 미국의 대외적 관심이 분산되는 것을 이용해 시간을 벌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리한 조건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NZIIA는 “러시아는 미국의 공격적 대외정책이 역풍을 맞아 미국이 장기적 불안정에 휘말리기를 바라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통신사 RBC우크라이나는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미국으로부터 평화협상을 방해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협상에 임하는 척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목표는 전쟁을 연장하고 우크라이나 타격을 지속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역시 이란지역의 분쟁으로 평화협상이 물 건너갈 것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디언은 ‘젤렌스키, 미국-이란 긴장고조가 평화협상을 무산시킬까 우려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국제정치연구소(OIIP)는 2026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휴전될 가능성이 러시아 때문에 매우 불확실하다고 바라봤다.
로익 시모네 오스트리아 국제정치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는 장기적 무력충돌을 견딜 능력을 갖춰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막는 데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며 "러시아는 유럽과 미국의 경제제재 아래에서 전시경제를 유지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어 협상 인센티브가 낮다"고 분석했다.
'천조국' 미국도 2개의 전쟁은 관리할 수 없다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은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국방예산에 1천조 원 가까이 쓴다고 해 '천조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대규모 전쟁 2개를 관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잇달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재 이란공격을 앞세우는 것이 위험한 도박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해군정보 예비역 장교 출신인 닉 댄비 마라톤 이니셔티브 연구원은 미국 외교안보 매체 워 온더록스(WOTR)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동시에 전쟁을 관리하는 것이 전략상 한계점을 드러낼 수 있어 우려된다"며 "미국은 여러 전선에서 다수의 적과 동시에 싸우는 전략을 피해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온건한 모습을 보이는 전략이 이전 행정부와 다르게 동시 다발적으로 전쟁을 관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위험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국방장관실 중국담당 국장을 역임한 조셉 보스코 글로벌대만연구소 자문위원은 미국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게 유화적 자세를 취하는 전략적 오판을 저지르고 있다"며 "이는 이란과 맞서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를 강화시키고, 역설적으로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동시 다발 다전선 전쟁 시나리오를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