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12·3 비상계엄이 내란죄에 해당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윤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 사건 재판장을 맡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연합뉴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한 이유로 치밀한 계획이 세워지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판결이라며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다만 12·3 내란 발생 443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차적 사법적 판단이 내려짐으로써 이를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불안정성 하나가 제거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19일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과 함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에 따른 행위들이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에 필요하기 위한 국헌문란 목적을 지녔으며 ‘폭동’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기 위해 군대를 국회에 출동시킨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등이 비상계엄 선포 후 군을 국회에 보낸 게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며 “국헌문란 목적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윤석열이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수의 군인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출동해 했던 행위가 적어도 서울과 수도권의 평온을 해하는 ‘폭동’에 해당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국회를 점거와 선관위 서버 반출 및 선관위 직원 체포 시도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포고령 공고, 국회 봉쇄 행위, 국회의원 및 정치인 체포조 편성 운영, 선관위 등 점거 서버 반출, 직원 체포 시도 등은 모두 다 합쳐 폭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이고 이러한 폭동행위는 대한민국 전역, 그렇지 않더라도 국회와 선관위 등이 위치한 서울과 수도권의 평온을 해할 정도로 위력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 등의 잘못된 판단으로 민주주의 근본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국격이 훼손됐다는 점, 수많은 군인과 경찰 및 공무원들이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은 비난의 여지가 크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내란행위는 합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결국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국회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써 민주주의 핵심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군과 경찰 활동에 의해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 신인도가 하락했다”며 “비상계엄 후속조치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대규모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이 법정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까지 흘려가며 그 피해에 대해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재판부가 보기에도 산정할 수 없는 정도의 어마어마한 피해라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계획의 치밀함이 떨어지고 실제 물리적 폭력이 행사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윤석열)은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했고 다수를 범행에 관여시켰고 사과를 내비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도 “다만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진 않으며 실탄소지나 직접적 물리력, 폭력을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원 판결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양형 참작 사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항소심을 맡을 내란전담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가 나온 뒤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우두머리 최저 형량이 무기징역”이라며 “국민 법 감정에 반하는 매우 미흡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이) 내란의 동기에 대해 여전히 국회 탓을 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법원이) 내란의 본질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죄에 대한 선고가 내려진 만큼 사면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치적 상황이 변하더라도 윤 전 대통령과 그 일당이 사면되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국민 여러분의 오랜 인내 끝에 윤석열에 대한 단죄가 내려졌다”며 “이제 내란범에 대한 사면을 금지하거나 국회의 동의를 얻을 경우에만 가능하게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