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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울립니다. 모르는 번호입니다. “여보세요? OO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입니다. OOO씨 되시죠? 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되어 연락드렸습니다.”

부정적 리뷰를 쓸 때는 팩트, 목적, 증거자료를 꼭 함께 써주면 좋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부정적 리뷰를 쓸 때는 팩트, 목적, 증거자료를 꼭 함께 써주면 좋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보이스피싱인가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실랑이 끝에 보이스피싱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경찰의 설명을 들어보니, 며칠 전 배달 앱에 리뷰를 남긴 것 때문이라고 합니다. 

없는 말을 지어낸 것도 아니고, 내 돈 내고 사 먹은 후기를 솔직하게 썼을 뿐인데 이것이 죄가 되는 걸까요?

경찰서 조사를 앞둔 의뢰인들은 하나같이 억울함을 토로합니다. 없는 말을 지어낸 '허위 사실'이라면 처벌받는 게 마땅하지만, 내가 겪은 팩트를 그대로 적었는데 왜 수사를 받아야 하냐는 겁니다. 상식적으로는 백번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법정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존재하는 나라입니다. 우리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무서운 점은 “사실을 드러내어”라는 대목입니다. 가령 “이 식당, 위생 관리가 엉망이다”, “사장이 반말을 하고 불친절하더라” 같은 내용은 설령 진실일지라도, 그 글 때문에 가게의 사회적 평판이 깎이고 매출이 떨어진다면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의 구성 요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배달 앱이나 인터넷 카페는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공간이라 ‘공연성’ 요건은 너무나 쉽게 충족됩니다. 즉, 사장님이 “당신이 올린 그 글 때문에 우리 가게 이미지 망쳤어!”라며 고소장을 내밀면, 일단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수사관 앞에 앉아야 하는 처지가 되는 것이죠.

“아니, 그럼 소비자 입장에서 내 돈 내고 당한 부당한 대우를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 하고 입 꾹 닫고 살라는 말이냐!”라고 분통을 터뜨리실 텐데요. 우리 법이 그렇게 꽉 막히고 불합리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다행히도 우리 대법원은 소비자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반드시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반대로 말하면, 내가 쓴 글이 누군가를 깎아내리려는 목적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산후조리원 리뷰 사건(대법원 2012도10392)’입니다. 한 산모가 자신이 이용한 산후조리원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인터넷 카페에 “음식이 형편없고 원장이 불친절하다”는 취지의 글을 9차례나 올렸습니다. 업주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실제로 영업에 타격을 입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무죄인 것 같으니 2심에서 다시 판단해보라고 하였습니다(이후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비록 그 글 때문에 업주가 손해를 입었을지라도, 산모가 글을 올린 주된 동기는 “다른 산모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여 산후조리원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고 본 것입니다. 즉, 나의 경험을 공유해 다른 소비자의 피해를 막으려는 ‘공익적 목적’이 인정된다면, 다소 과격한 표현이 있더라도 ‘비방의 목적’이 없다고 보아 처벌하지 않습니다.

성형외과 시술 후기나 맛집 리뷰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돈 내고 내가 겪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은 나 같은 실패를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면, 이는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 확고한 판례의 태도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글을 쓴 의도(그리고 그 의도를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도 지키고, 법적인 시비도 피할 수 있는 현명한 리뷰 작성법은 무엇일까요? 세 가지를 명심하세요.

첫째, 감정을 빼고 사실만 남기세요. “사장 인성이 쓰레기네”, “쓰레기 같은 맛” 같은 모욕적인 표현은 100%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의 빌미가 됩니다. 화가 나더라도 감정은 꾹 누르고 건조하게 팩트만 적으세요. 

둘째, 글의 앞이나 뒤에 “다른 분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고자 작성했습니다” 혹은 “저와 같은 피해를 보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넣으세요. 이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글의 목적을 비방이 아닌 공공의 이익으로 판단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맛이 이상했다면 음식 사진을, 서비스가 엉망이었다면 영수증이나 통화 기록을 꼭 남겨두세요.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처벌 수위가 훨씬 높기 때문에, 내 말이 진실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방패는 더욱 튼튼해집니다.

소비자의 솔직한 리뷰는 시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소금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 소금이 누군가의 눈에 뿌려지는 흉기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오늘 저녁, 배달 온 치킨이 조금 식었더라도 사장님의 노고를 생각하며 너그러운 리뷰를 남겨보는 건 어떨까요?

글쓴이 김승현 변호사는 법무법인 선인 파트너 변호사다. 한양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거제시에서 행정법률 자문 공무원으로 일하기도 했으며, 다양한 소송 현장을 누비며 법적 문제를 해결해 왔다. ‘승변’은 의뢰인의 승소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뜻에서 그의 이름 가운데 글자를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복잡한 법전 속에 갇힌 법률 상식이 아니라, 당장 내 삶을 지켜주는 유용한 생활 법률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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