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 세제 강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부동산 시장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지지율이 요동쳤던 것과 달리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견고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정치권과 부동산 시장 안팎의 반응을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넘어 고가 1주택자인 ‘똘똘한 한 채’ 보유자까지 정조준하면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1주택자에게 최대 80%의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제도로 10년 이상 보유는 물론 실거주했다면 경우 집을 팔 때 최대 80%의 양도차익을 공제받는다. 실거주를 하지 않았어도 10년 동안 집을 보유했다면 최대 40%까지 공제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장기 보유했다고 ‘투기용 부동산’에 세금을 깎아주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거주용’과 ‘투기용’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 ‘보유기간’에 따른 혜택을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오는 5월9일 만료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여기에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까지 조이면 사실상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 경로에 있어 큰 길이 막히는 셈이다. 1주택 보유자의 집값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다주택 보유자는 집값이 올라도 차익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건드리는 것은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1월 말부터 연일 부동산 세금에 대해 강한 메시지를 쏟아내는데도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견고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5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3%로 2주 전 조사보다 4%포인트 올랐다. 리얼미터가 2일 발표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서도 긍정평가가 1주 전보다 1.4%포인트 오른 54.5%로 조사됐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추이. ⓒNBS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규제 메시지가 나올 때마다 지지율이 요동쳤던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인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 문 전 대통령 지지율은 한국갤럽 기준으로 8월 3주차 조사(긍정평가 60%)보다 10%포인트 떨어진 50%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여론의 민감도가 높은 상황에서 왜 이 대통령의 세제 강화 기조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먼저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펼치며 ‘다주택자는 투기꾼’이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했고 이에 모든 다주택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실거주 여부’를 최우선 잣대로 삼아 이러한 비판을 피해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SNS를 통해 부동산 규제 강화를 비판하는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을 직접 비판하고 나서면서 ‘집없는 서민 vs 투기 동맹 세력' 구도를 형성한 점도 지지층 결집에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살지도 않는 집으로 돈 벌지 말라"는 메시지가 무주택자와 실제 거주 중인 1주택 서민층의 공감대를 얻으면서 조세 저항의 범위를 ‘강남권 고가 아파트 비거주자’ 등 극소수로 한정시키는 데 성공한 셈이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5일 유튜브 방송 소종섭의 시사쇼에서 “대다수 국민들은 무주택자도 여전히 많고 대다수 국민들은 투기, 다주택이나 똘똘한 한 채하고 무관한 사람들”이라며 “집값 상승을 옹호하는 소수의 세력과 부동산에 비정상적으로 몰려 있는 돈을 우리 국민 경제와 성장 잠재력을 위해서 다른 곳으로 흐르도록 해야 한다는 대통령에 동의하는 세력으로 구도를 나누면 부동산 투기나 집값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이길 수 없다”고 짚었다.
또한 여권 지지층에게 학습효과가 생겼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절 보수언론과 부자 편에 선 부동산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를 신랄하게 공격했고 이 과정에서 여론도 출렁거렸다. 그런데 그 '패배의 경험'의 이제 중요한 학습 교제가 된 듯하다. 이른바 친여권 성향의 정치유튜브나 경제전문가들은 다수의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통령의 부동산 메시지에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이 어떤 프레임으로 비판할지를 미리 예상하며 반격 논리를 퍼나르고 있다.
더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돌파하는 등 증시부양에 성공했고 이 대통령 스스로도 부동산에 묶여있는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겨 생산활동 투자에 쓰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에게 주식이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메시지에 설득력이 커지고 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3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을 일종의 자산 증식·재테크 방식으로 인식을 해와서 (부동산을 갖지 못하면) 내가 뒤처지는 일종의 포모 현상이 있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어쨌든 코스피가 5천까지 찍다 보니까 사람들이 내가 투자를 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부동산 규제가 강화돼도) 투자에서 완전히 뒤처질 거라고 생각은 덜 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이른바 "이재명은 합니다"로 대표되는 정책의 성과 사례들이 국민들에게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를 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말한 것은 지킨다"는 이 대통령의 추진력이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중도층에게도 "이번엔 부동산이 잡히나?"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신인규 변호사는 5일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에서 “이재명 정부 들어와서 코스피도 성과를 냈고 실력으로 보여줬기 때문에 국민들께서 대한민국의 망국적 현상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한다는 대통령에게 신뢰를 가지고 큰 응원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전국지표조사(NBS)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일부터 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월26일부터 3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100%)·RDD(임의전화걸기)·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